[팬듣프] '동해안 더비' "'잘가세요'는 우리가 불러줄게"

[팬듣프] '동해안 더비' "'잘가세요'는 우리가 불러줄게"

기사승인 2021-03-13 06:15:02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에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 매치'부터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현대가 더비', 울산과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등 많은 라이벌 매치가 있다. 흥미진진한 경기를 조금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전달하고자 각 팀의 팬과 직접 소통해 프리뷰를 준비해봤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K리그에서 가장 역사 깊고 가장 뜨거운 라이벌전 ‘동해안 더비’가 온다.

동해안의 도시를 연고로 하는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는 1984년 첫 맞대결을 시작으로 리그에서 총 167차례 만났다. 통산 전적은 포항이 62승 50무 55패로 근소하게 앞서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울산이 6승 4패로 앞선다. 최근 10경기에서는 무승부가 없을 정도로 양 팀이 만날 때마다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양 팀은 13일 오후 4시30분 포항의 홈구장인 스틸야드에서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시즌 첫 맞대결을 가진다. 경기에 앞서 양 팀 팬들로부터 ‘동해안 더비’를 바라보는 심정을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포항팬 : 34살 스틸러스 아저씨 팬입니다. 

울산팬 : 안녕하세요. 23살 울산 팬입니다. 지금은 응원한지 3년 조금 안된 것 같네요.

Q. 각자 팀을 응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포항팬 : 제가 포항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토박이에요. 어릴때부터 포항을 응원했어요. 그냥 여기 몇 년차인지도 모르겠네요. 껄껄. 그냥 스틸러스가 나고, 내가 스틸러스에요. 이젠 와이프도 나 따라서 응원을 해요.

울산팬 : 예전에는 K리그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원래 사는 곳도 서울이었고요. 스무살 때 울산에 있는 대학교로 입학해서 울산으로 학교를 왔는데 3월 달에 동기들이 축구를 보러 문수경기장을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 때까지는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응원문화에 반했어요. 그 이후로는 울산 팬이 됐어요.

지난해 10월 13일 마지막 동해안 더비는 4대 0으로 포항이 대승을 거뒀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Q. 두 팀은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팀이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동해안 더비’는 무엇인가요?

포항팬 : 나는 두 팀간 경기를 거의 다 봤는데 최근에 있었던 중요한 ‘동해안 더비’는 우리가 이겼단 말이지. 뭐 2013년은 말 할 것도 없고. 최근 2년도 마찬가지에요. 울산이 우리 때문에 우승을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말하고 나니 악감정 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크네요 허허. 

울산팬 : 포항은 완전 걸림돌이에요. 최근 두 시즌간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포항 때문에 날렸어요. 그때 울산이 못한 것도 있지만요. 진짜 2019년에 38라운드에서 포항 대진표를 보고 식겁했어요. 그때 언론에서도 2013년을 비교했는데, 진짜 똑같이 그리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지난해에도 잘 나가다 마지막에 미끄러진 것도 포항전 이후부터였고요. ‘동해안 더비’에 완전히 몰입하는 저로서는 이제 포항은 그냥 제일 싫어하는 팀이에요.

Q. 최근 ‘동해안 더비’를 보면 평소에는 울산이 이기는데, 중요한 경기는 포항이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많잖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울산팬 : 최근 전적은 우리가 앞서고 있어요. 근데 왜 하필이면 우승이 달려있는 경기는 우리가 지는질 모르겠어요. 특히 지난해도 보면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0대 4로 지고, 이후에 분위기가 쳐지면서 팀이 무너져 버렸어요. 봄에 만날 때는 포항이 무섭지 않은데 날이 선선할 때 만나면 무서운 팀이죠.

포항팬 : 그래서 ‘동해안 더비’가 더 재밌는 겁니다. 사실 분하지만 요즘 보면 포항보다 울산이 조금 나은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울산이 지잖아요. 그 때 울산 애들 표정 보면 너무 좋다니깐요.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에요.

울산팬 : 이렇게 들으니깐 진짜 못됐네요… 사실 이전의 역사는 제가 직접 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2013년 경기는 영상으로 봤어요. 그 역전골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 같단 말이에요. 그날의 득점이 모든 역사를 바꾼 게 아닐까 싶어요.

포항팬 : 아저씨가 유니폼 사줄테니깐 이제라도 포항 넘어와요. 울산팬 : 괜찮거든요!

Q. 자자 진정하시고. 그래도 요즘 보면 확실히 울산이 위잖아요. 최근 몇년 간 성적도 울산이 위고. 올 시즌 성적도 울산이 앞서고 있어요. 물론 포항도 잘하고 있고요. 두 분 올 시즌 각자 응원하는 팀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울산팬 : 사실 좀 걱정했거든요. 주니오부터 신형민까지 다 나가고. 아무래도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나가니깐 좀 불안했죠. 게다가 홍명보 감독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없었다보니 올해는 상위권은 쉽지 않겠단 생각은 했죠. 그런데 우리가 현재 유일한 전승팀이네요. 포항은 그래서 몇 위죠?

포항팬 : 아직 4위인데 괜찮아요. 사실 우리는 아직 시작도 안했죠. 지난해까지 팀을 이끈 일류첸코(전북)와 팔로세비치(서울)가 이적했어요. 새로 합류한 외국 선수들이 아직 제대로 뛰질 못하다보니 조금은 기다려야죠. 뭐 이번에 져도 상관없는데 가을에 보면 또 알겠죠?

울산 현대의 이동준(오른쪽).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Q. 자 이제 이번 경기에 대해서 말해봅시다. 각자 이번 경기의 핵심 선수를 뽑아본다면요?
  
울산팬 : 뭐 우리팀은 자랑할 것 밖에 없네요. 올 시즌 영입한 이동준 선수가 너무 잘해요. 라운드 MVP도 받을 정도고. 포항 수비가 이동준 선수를 막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윤빛가람 선수와 이청용 선수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잘만 해준다면 포항 정도는 쉽게 이기겠죠.

포항팬 : 요즘 잘하는 영건은 이동준 말고 송민규도 있어요. 우리 민규가 아직까진 ‘동해안 더비’에서 득점이 없긴 한데 이번에 올리면 되죠. 이젠 완전히 에이스에요. 이번 경기에선 송민규가 한 건 해줄겁니다.

Q. 올해 첫 경기 결과 예측을 해볼까요?

포항팬 : 뭐 사실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가 제대로 합류를 못한 상황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무승부는 거둘 것 같네요. 울산 전승하는 거 이제 그만 봐야죠. 지지만 않았으면 좋겠군요.

울산팬 : 전 아직도 지난해를 잊지 못했어요. 10월 그 경기를. 그때 우리가 0대 4로 졌거든요? 이번에는 4대 0으로 되갚아줬으면 좋겠어요. 아니 5대0으로 이겨서 ‘동해안 더비’ 최다 득점차 승리 기록을 갈아치웠으면 좋겠네요.

Q. 서로 생각하는 상대팀의 약점이 있다면요?

포항팬 : 사실 지금 보면 쉽지 않아요. 공수 밸런스가 너무 좋단 말이에요. 근데 울산은 어차피 시즌 초반에만 잘해요. 지금은 약점 찾는 것 보단 우리가 좀 더 잘해야지 이길 것 같아요.

울산팬 : 아무래도 일류첸코랑 팔로세비치 빠진 부분이 크죠. 그리고 포항 지금 보면 지난해보다 수비가 별로인 것 같아요. 실점도 벌써 3골이나 했고. 매 경기 실점을 했네요? 우리는 3경기 9골 1실점인데. 이 정도면 우리가 쉽게 이기겠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보자면요?

포항팬 : 지난해 기억하죠? 육성으로 하질 못해서 아쉽지만 이번에도 ‘잘가세요’는 틀어줄게요. (가수 이현의 ‘잘가세요’는 울산의 응원가다.)

울산팬 : 진짜 그 때만 기억하면 치가 떨리네요. 우리가 원정이라서 제대로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포항을 상대로 ‘잘가세요’는 꼭 들려주고 싶네요.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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