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학습 회복 대책, 필요하다

[기고]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학습 회복 대책,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1-03-23 15:56:04
서울 신림중학교 김현태 교장. 
[쿠키뉴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요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중학교 평균 등교 일수는 45.2일이다. 전국 중학교 평균 등교일수(88.1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전남의 중학교 등교 일수(133.4일)의 33.9%밖에 안 된다. 경북 118.9일, 전북 126.5일과도 차이가 크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중학교 등교 일수는 190일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수도권 중학생의 등교 일수는 크게 부족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52.5일, 인천 53.6일로 확인됐다. 중·하위권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및 학습 격차의 심각성이 크게 우려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1학기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조사’ 설문에 따르면, 교사의 79%는 “원격수업 이후 학생들의 학습 격차가 커졌다(매우 크다 32.7%, 크다 46.3%)”고 응답했다. 격차의 이유로 응답 교사의 65%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차이’를 들었다. 이를 통해 상위권과 중·하위권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1년의 교육 공백은 중위권 학생의 학력을 하위권으로 끌어내렸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3까지 모든 학년에서 하향 평준화가 발생하고 있다. 하위권 학생은 더욱 고착돼 학력이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나 교육청의 적절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추후 예상되는 폐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학력격차 양극화와 함께 사교육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중·고등학생의 월 사교육비는 모두 증가하였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사교육비 격차가 커져 사교육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코로나19로 등교일수가 줄어든 점과 학교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 학력격차 불안감이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사교육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 피해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 신림중의 지난해 중1의 등교일수는 너무도 부족한 수준이다. 2020년은 ‘잃어버린 1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2와 중3은 정기고사가 있어서 50일 가까이 등교했다. 그러나 시험이 없는 중1은 상대적으로 등교 일수가 적었다. 서울시 모든 중학교가 거의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해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매주 달라지는 등교 학년과 학사일정의 잦은 변경으로 앞길을 알 수 없는 1년을 보냈다. 학생 안전을 위해 방역에 힘쓰면서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고 서울대-신림중 멘토링 교실을 운영해 학력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영국 아동위원회 앤 롱필드(Anne Longfield) 위원장은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수업결손으로 학력이 뒤처진 학생 6명 중 1명은 앞으로도 이를 만회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전후 복구 수준에 해당하는 캐치업 프로그램(Catch-Up Program)을 통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극빈층 학생은 코로나19 이후 학력이 최대 7개월까지 뒤처졌을 우려가 있다며 아동의 정신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의 학습을 회복하는데, 이같은 보도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현실적인 진단’을 통한 ’바른 처방‘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 회복을 위해 3월에 실시하는 초등1~고1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내실 있게 실시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학생에게 알려주는 것은 물론 학력 격차 실태를 공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기초학력 수업을 책임감 있게 실시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초학력 회복 대책과 지원책을 마련하여 즉시 시행해야 한다. 코로나19 학습 결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중3과 고2 학생의 3%만을 표본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올해만이라도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상반기에 실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학력 수준을 분석,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를 줄이는 문제를 학교와 교육청이 힘을 합쳐 함께 나서야 한다. 학습 결손은 고학년 때 메우기 어렵다. 결손된 학생은 원격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학습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교의 교육력을 동원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의 학습 공백을 회복하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 교육 당국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정에서도 부모는 자녀가 전 학년도의 학습 공백으로 현재 진도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담임선생님과 상담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생 간 학습 격차를 줄이고 학생들이 학습 회복을 할 수 있는 대책을 학교에 제시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등교 확대‘ 이외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의 미래를 좌우할 학습 회복 대책을 바로 시행하고 학교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누적된 학습 결손은 수년 후 극복하기 어려운 학력 차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교육이 희망 사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학습 공백을 회복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2020년 잃어버린 1년‘의 학습 결손을 채울 적기는 2021년뿐이다. 벌어진 교육격차를 줄이고 학생들의 학력을 회복하여 빨리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하는 일.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의 협력과 노력에 달렸다.

서울 신림중학교 김현태 교장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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