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인구의 약 70%는 버마인이다. 나머지 30%는 135개 이상의 소수민족이다. 소수민족은 사회 비주류였다. 군부는 억압했고, 국민은 차별했다. 민주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소수민족은 투표권도 없었다.
존재를 지우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2017년 미얀마 군부는 7000여명의 로힝야인을 학살했다. 100만명은 거주지에서 쫓겨났다.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구호물자에 의지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민주정부를 이끌었던 아웅 산 수치 국가 고문은 군부의 로힝야인 학살을 두둔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변화가 생겼다. 로힝야 인권 활동가들은 군부를 비판하며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다. 미얀마 민주 임시정부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테러 집단으로 규정했던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대를 선언했다.
쿠키뉴스는 지난 24일 로힝야인 망명 활동가 네이 산 르윈씨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유로힝야그룹(FRC) 소속인 그는 SNS를 통해 미얀마의 참상을 알리며 민주화운동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 상황은 어떤가
국민 대다수가 쿠데타를 거부한다. 거리에서는 민주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군부는 기관총까지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한다. 어린아이를 포함해 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죽었다. 군경은 적어도 3000명을 임의 체포했다. 사실상 납치다. 밤에 끌려간 이들은 아침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군부는 구호단체, 구급대원, 언론인마저 무차별 폭행·구금하고 있다. 구급차도 막았다. 총에 맞은 이들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미얀마에서는 비폭력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군부의 탄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비폭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CRPH와 소수민족 동맹의 향후 방향은 무엇인가
미얀마 국민은 폭력 투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군부는 무력 진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군부는 1년 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세우겠다고 한다. 군부 대리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패배하면 선거 무효화를 선언하고 군부독재를 이어갈 것이다. 지난 1990년 선거 때처럼 말이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민간인을 보호하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연방군 편성이다. CRPH와 소수민족 단체들은 앞으로 몇 주안에 연방군과 관련된 명확한 그림을 내놓으리라 생각한다.
-로힝야인은 민주정부 아래에서도 엄청난 박해를 받아왔다. FRC 활동가인 당신이 수치 고문을 따르는 CRPH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때 미얀마 국민 대다수는 나를 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료 버마인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우리 공동의 적은 군부다. 군부는 로힝야인을 상대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 지금은 미얀마 전체를 상대로 반인륜적 범죄를 벌이고 있다. 우리가 이길 때까지, 버마인 동료와 함께할 것이다. 미얀마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인권·정의·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한 명의 지도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미얀마 국민을 위한 일이다.
-로힝야인 등 소수민족이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버마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대다수는 진짜 공동의 적을 깨달았다. 버마인들로부터 “당신과 로힝야인에게 했던 일을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수백개 받았다. 군부가 (소수민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세뇌했고, 민주정부가 로힝야인에게 옳지 않은 일을 했다고 사죄했다.
-로힝야 인권 운동가로서 버마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버마인들의 사과와 상관없이 억압받는 사람과 늘 함께할 것이다. 연대는 매우 중요하다. 연대를 통해 로힝야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끝내야 한다. 우리 목표는 휴머니즘 토대 위에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보내는 지지를 미얀마 국민도 알고 있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 한국 국민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국 정부에 요청하고 싶다. 군부를 미얀마 공식 정부로 인정하면 안 된다. 군부를 테러조직으로 선포해준다면 미얀마 민주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미얀마 군부·측근 기업들과 체결한 모든 종류의 사업 또한 중단해주길 바란다.
미얀마 여행도 피해달라. 미얀마 군부를 전복시킬 때까지 우리와 함께해주길 부탁한다. 여러분의 연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