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경제 톡톡] 남녀 간 평균수명이 줄어들고 있다

[금진호의 경제 톡톡] 남녀 간 평균수명이 줄어들고 있다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기사승인 2021-04-05 12:26:58
금진호 연구위원
남녀 간 평균수명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수명은 83.3년으로 전년 대비 0.6년 증가했는데 남자 출생아의 평균수명은 80.3년, 여자 출생아는 86.3년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6.0년 더 평균수명이 길었다. 그런데 남녀 간 평균수명 차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0.7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남녀 간의 수명 격차가 확대되지 않고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남녀 간의 수명 격차는 1985년 8.5세에서 2000년 7.3세로 감소했고, 2010년엔 6.8세, 그리고 이번 2019년에는 다시 6.0세로 줄어들었다. 

OECD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도 비슷한 추이를 보여준다. 남녀 간의 수명 격차가 미국은 5.0세, 스위스는 3.9세, 영국은 3.6세로 줄어든 상태다. 물론 헝가리(7.1세)나 폴란드(8.1세), 라트비아(9.8세)처럼 아직 격차가 많은 나라도 있지만, 남녀 간의 수명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추세다.


경제적 성장과 의학의 발전에 따라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 인간의 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다. TV에서는 건강과 운동 프로그램이 늘고 있고 홈쇼핑에서는 건강식품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90세에까지 접근하고 있는데 대부분 이들 나라는 10년에 2살 정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늘어나던 남녀 간의 수명 격차가 왜 줄어들기 시작했을까. 

의료와 보건학적인 설명에 의하면 수명 격차를 줄이는데 가장 큰 영향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확대되면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게 되었고, 순환기 질병인 고혈압, 심장병 등의 치료수준이 높아진 원인을 든다. 또 국민 질병이라는 암의 진단과 사망률이 남녀 간에 비슷해지고 있는 것도 수명 격차가 줄어드는 요인이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워라벨(일과 삶의 조화)’ 문화와 조기 발견된 질병 관리 능력이 향상된 것일 수 있고, 반대로 여성들의 건강 상태는 나빠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또 사회학자들은 사회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하는데 여기에 의료계의 설명이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가족의 기능과 결혼이 변화해 왔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그것이 가족의 기능과 결혼 및 출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욱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성 질병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의 역할 및 중요성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고 조직에서도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 되었지만 남성 중심의 조직체계에서 근로환경은 아직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90년대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9년 현재 60%에 이르고 있다. 아이들 사교육비와 문화생활 유지를 위해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맞벌이 부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여성들의 삶은 노동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스트레스를 쉽게 푸는 경향이 있는데, 반면 남자는 음주·흡연·접대 등 무절제한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잃기도 한다. 그래서 남자의 수명이 여자보다 짧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요즘 여성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남성들 못지않다. 특히 직장 여성들은 대부분 직장 일과 가사 일을 함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건강은 남성에 비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런 습관이 급속히 깨지고 있다. 특히 여성 흡연율의 상승은 각종 질병 사망률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사고, 폭력, 자살 등에 의한 여성 사망률도 높아지고 있다. 

생리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유전적 요소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여성들의 사회활동 증가에 따라 다양한 환경요인에 속해지면 남성과 여성 간의 수명 차이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므두셀라는 걱정과 스트레스가 없고, 친 자연환경에서 살아서 969세까지 장수한 것일까. 

조선 시대의 의서 《동의보감》에는 ‘웃음이 보약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에도 웃음은 약(藥)처럼 여겼나 보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해서 웃기보다는, 웃으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가자.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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