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용어는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은행(혹은 금융사)을 통해 금전거래를 합니다. 결국 금융업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습니다.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굵직한 경제사건을 바탕으로 당시 자주 사용됐던 금융용어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 일본 금융부동산 버블 폭탄 뇌관 됐던 BIS비율
금융기사를 종종 접하는 독자들은 BIS비율이라는 용어를 자주 보곤 합니다. BIS는 지난 1988년 전 세계 주요은행들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스위스 바젤협약에서 등장한 경제지표입니다. 이는 총자산액에 대해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로서, 은행의 부도위험이 높은지 낮은지를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즉 BIS비율이 낮을수록, 자기자본이 적고 위험가중자산이 많음을 의미합니다. 국내 금융당국은 은행 BIS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관리감독을 강화하거나 8% 미만으로 떨어지면 비용통제, 자본금 증감 강제, 자구계획서 제출, 임원진 교체 등 각종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은 저조한 BIS비율(6%대)로 인해 해외 사모펀드 론스타에 헐값(당시 1조7000억원)에 매각하게 됩니다. 이후 당시 금융당국이 책정한 BIS비율에 타당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BIS비율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합니다. 과도한 유동성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무리하게 BIS비율을 맞추다가 자칫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버블시대 당시 일본정부는 1992년까지 미국과 바젤협의로 맺었던 BIS비율(8%)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기업에 자금회수에 나섭니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유동성이 한꺼번에 꺼지는 ‘트리거(뇌관)’ 역할을 하게 되고, 결국 버블이 순식간에 꺼져버리게 됩니다.
◇ 국가부도 초래한 외환위기 사태…외환보유고 고갈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흔히 IMF위기로 부르죠)는 실제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파생된 사태이지만 당시 막대한 외채로 외환보유고가 고갈된 것이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300억달러를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외환보유고 보다 5배 이상 많은 외채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즉 채무자인 한국정부가 해외채권단에 만기일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1997년 말 동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급등하고, 이에따라 단기성 외채도 크게 늘어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외채는 원화가 아닌 달러로 갚아야 했다는 겁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달러로 외채를 상환할 수 없었고, 결국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차입금을 받게 됩니다. 이후는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IMF의 지도편달’에 따라 가혹한 경제개혁(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됩니다.
◇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본 경제용어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리먼브라더스 파산)은 많은 교훈을 준 사건입니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은 신용도가 낮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입니다. 당시 미국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주택저당증권(MBS) 다수는 리스크가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과 우량채권(프라임채권)이 혼합된 것이었습니다. 주택저당증권이란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담보로 한 채권을 다시 증권화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채권을 다시 여러개로 쪼개서 금융상품(CDO)로 판매했다는 것입니다. CDO란 부채담보부증권이란 뜻으로 다양한 신용등급이 있는 주택저당증권을 여러 개로 쪼개서 혼합시킨 상품입니다. 당시 투자은행은 잘 안 팔리는 CDO를 다시 쪼개서 새로운 파생상품으로 둔갑시킵니다.
하지만 부동산과열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은 빚을 상환하지 못하고 곧바로 파산해 버립니다. 또한 파생상품까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면서 거대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가 버립니다.
당시 발생한 대규모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차원에서 무엇보다도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바젤III 도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감독 체계 및 리스크 관리를 보완하고자 새롭게 만들어진 규제 방안입니다.
바젤III로 새롭게 도입되는 대표적인 규제 방안은 ▲레버리지 규제 비율 도입 ▲유동성비율규제 등입니다. 레버리지 비율은 발그대로 기업 등이 차입금을 통해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축적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또한 유동성비율 규제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NSFR(순안정자금조달비율)로 나누는데LCR은 은행이 금융위기와 같이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버틸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LCR가 높으면 위기 상황 때 은행에서 외화 자금이 빠져나가도 즉시 현금화할 자산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융당국은 LCR비율을 10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재는 LCR비율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아울러 NSFR(순안정자금조달비율)은 유동성을 감안한 은행 보유자산 대비 안정적 조달자금(자본 및 부채)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은행들은 2018년부터 NSFR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