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생·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 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가 자체적인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깎는 사례도 이어지는 등 소비자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손해사정 업무의 공통 절차를 법령으로 명문화하고 보험금을 깎는 ‘셀프 손해사정’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손보사들은 지난해 총 6236만8432건의 보험금 청구건 중 6만1535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부지급)는 4873건, 일부 지급한 건수(일부지급)는 1만768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료자문 건수 중 부지급률은 7.9%, 일부지급률은 28.7%인 셈이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때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보험사의 의뢰를 받은 의료인들이 답변한 의료자문이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거나 지급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부지급 및 일부지급은 생보사에서 나오고 있다. 생보사들은 총 1만9573건의 의료자문 중 3755건을 보험금 부지급으로 결론냈다. 반면 손보사들은 4만1962건 중 1118건(2.6%)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같은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에 대해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기준 전체 보험 민원 중 보험금 산정·지급과 면부책 결정 등 손해사정 관련 내용은 전체의 41.9%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금 허위 청구 및 과잉입원·진단 등을 활용한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자문이라고 항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진행한 건 수는 1000건 중 1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일부 고객들의 보험료 과다 청구에 대한 최소한의 억제장치로 의료자문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험업계의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논란이 일어남에 따라 금융당국은 피해구제 절차 안내를 의무화하고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을 막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손해사정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개선방안을 마련, 이르면 4월 내로 구체적인 세부내역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보험사가 자회사에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할 땐 구체적인 선정 기준을 만들고 보험금 삭감을 유도할 수 있는 성과지표 적용도 금지하는 조항도 삽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보험사의 의료자문 의뢰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위한 내부 의료자문관리위원회 설치도 의무화한다.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의 거절·삭감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의료자문 대상 선정·관리 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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