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수혜 확대” “리스크 떠넘기기”...중금리대출 온도차

“서민 수혜 확대” “리스크 떠넘기기”...중금리대출 온도차

중금리대출 구간 4.5%p 인하…“올해 32조원 공급 목표”
금융업계 “자율이라지만 사실상 ‘반강제’…리스크 떠맡게 됐다”

기사승인 2021-04-28 06:10:03
사진=금융위원회 블로그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당국이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서민금융 축소를 막기 위해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중금리 대출 금리 구간이 낮아지고 신규 공급방안들이 신설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중금리 대출 확대 방안을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에서는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법정최고 금리 인하(20%) 조치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은행을 포함한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중금리
대출을 확대, 지난해 11조원 규모에서 올해 32조원까지 공급량을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중금리 대출 인정 요건을 완화했다. 요건이 느슨해진 만큼 중금리 대출로 인정되는 개인신용 대출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중금리 대출 규모를 변경되는 요건에 맞추면 28조30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업권별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상한 요건은 ▲은행 6.5%(기존 10%) ▲상호금융 8.5%(12%) ▲카드 11%(14.5%) ▲캐피탈 14%(17.5%) ▲저축은행 16%(19.5%)로 각각 조정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규제 인센티브 체계’ 마련,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재개 시 은행권 중금리 대출은 일부 예외를 검토하고, 그 실적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한다.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급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고, 분기별 공급실적을 비교 공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고신용자를 위주로 중금리 대출을 취급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공급을 강화하는 방안을 상반기 중에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층이 아닌 고신용층을 대상으로 보수적인 영업을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은행 전체 신용대출 중 4등급 이하 차주 비중은 24.2%인데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12.1%로 은행 평균보다도 크게 낮다.

이번 중금리 대출 공급 방안을 통해 금융당국은 더 많은 차주들에게 중금리 수준의 대출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들이 연 20%대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는 상황을 해소하는 게 목적”이라며 “올해 약 200만명에게 32조원, 내년에는 220만명에게 35조원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중금리 대출 공급방안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개선방안에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경영실태평가에 가점 부여나 공급 계획·실적 공시 등의 사항은 사실상 강제적인 대출유도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을 은행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긴다지만, 이를 공시하겠다는 것은 결국 당국의 눈치를 보는 금융사들에게 강제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며 “중·저신용자들에게 나가는 대출이 많을수록 리스크도 높아지는데 이를 만회할 방안은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은 지난 서민금융 공급확대 방안에서 약 2000억 규모의 출연금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중금리 대출 공급확대 방안으로 인해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며 “정책자금대출이야 정부가 떠안는다지만 중금리 대출의 경우 리스크를 고스란히 금융사들이 떠맡게 됐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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