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 군 어머니는 어렵게 확보한 수술실 CCTV 영상을 통해 묻힐 뻔했던 아들의 의료사고 진실을 밝혔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수술실CCTV법’의 법제화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대희 어머니는 의료사고 피해자 및 환자단체연합회와 함께 2018년 11월 22일부터 2019년 4월 18일까지 100일 동안 국회 정문에서 일명, ‘권대희법’으로 불리는 ‘수술실CCTV법’ 국회 발의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전개했다.
이로부터 약 1달이 지난 2019년 5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수술실CCTV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공동 발의자 10명 중 5명이 하루 만에 서명을 철회해 법안이 폐기되었다. 당황한 안규백 의원이 법안 폐기 6일 만에 공동 발의자 15명의 서명을 받아 다시 발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5년 1월 7일 당시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수술실CCTV법’를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지만,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되었다.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수술실CCTV법’도 의사단체의 조직적인 반대로 상임위원회에 상정 한 번 되지 못하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수술실CCTV법’ 3개 발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책이슈화, 20만명 청와대 국민청원 2회
2020년 5월 30일 21대 국회가 개원한 후 가장 먼저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촬영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7월 24일 대표 발의했다. 곧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수술실 CCTV 의무 설치·촬영과 함께 음성 녹음까지 포함한 한층 강화된 의료법 개정안을 8월 30일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지금까지 발의되었던 CCTV 설치·촬영이 의무인 ‘수술실CCTV법’과는 결이 다른 수술실 등에 CCTV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12월 15일 대표발의 했다.
2018년 10월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운영 시범사업을 거쳐 추진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20년 7월 17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또한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소비자단체를 초대해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의무설치 입법지원 간담회’를 7월 29일 개최했다.
2020년 7월 21일에는 편도제거수술을 받은 후 심정지가 온 응급 환자를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수용하지 않아 사망한 (故)김동희 군 아버지와 2020년 9월 15일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신생아를 출산 4시간 만에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가 ‘수술실CCTV법’ 입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각각 제기했고,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를 대신해 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이 공식 답변을 두 번이나 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유령수술,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기 위한 ‘수술실CCTV법’ 입법화 필요성을 묻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약 90%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
‘수술실CCTV법’ 상임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만 벌써 3번째 심사 보류 중
2020년 11월 26일 개최된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처음으로 ‘수술실CCTV법’이 심의되었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보류되었다. 2021년 2월 18일 제1법안소위에서 재심의가 되었고, 이때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료기관은 수술실 입구와 내부까지 CCTV 설치·운영을 의무화하고, 민간의료기관은 수술실 입구에만 의무화하고 내부는 자율 선택에 맡기고,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운영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요구’의 지속을 전제로 단계적 의무화하는 절충안”을 보고하였다. 이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CCTV를 수술실 입구에 의무 설치·촬영하는 것에는 동의했으나 수술실 내부에 의무 설치·촬영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촬영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수술실CCTV법’이 김남국, 안규백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을 때와 달리 2020년 12월 15일 신현영 의원이 수술실을 포함한 의료기관 내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부터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촬영할 것인지 아니면 자율적으로 설치·촬영할 것인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2021년 4월 28일 열린 제1법안소위가 ‘수술실CCTV법’ 관련 세 번째 심의라는 점에서 수술실 입구 설치·촬영만 의무화하고, 수술실 내부 설치·촬영은 자율에 맡기는 내용으로 통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단체는 법안소위 회의가 열리는 날 국회 정문에서 ‘수술실CCTV법’에서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CCTV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설치되어야 하고, 촬영 시 의료인의 동의를 필수요건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제1법안소위에서 ‘수술실CCTV법’이 심의는 되었지만, 회의 10여 분만에 5월 초 법안소위 차원에서 입법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5월 임시국회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입법공청회 개최 후 계속 심사하기로 했지만, 국회 법안 심사 일정은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해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심사 보류와 다름없다.
‘수술실CCTV법’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 설치·촬영하는 것이 핵심
문제는 신현영 의원이 2020년 12월 15일 수술실 등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촬영 시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구와 함께 의료인의 동의도 받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18일 보건복지위원회에 단계적 절충안을 보고하면서부터 CCTV를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설치하고, 설치·촬영도 의무가 아닌 자율로 하자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수술실CCTV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CCTV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설치되어야 하고,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의무적으로 촬영되어야 하고, 촬영된 영상은 철저히 관리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논의할 내용이 아닌 지켜야 할 내용이다. 따라서 환자단체나 의료사고 피해자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촬영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신현영 의원 법안과 보건복지부 절충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전국 의료기관 대상으로 시행한 수술실 CCTV 설치 현황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실이 설치된 의료기관 중 주 출입구에는 약 60.8%, 수술실 내부에는 약 14%가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는 것은 전국 상당수의 의료기관에서 이미 자율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는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수술실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수술실CCTV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CCTV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의무적으로 설치·촬영되어야 하고, 환자의 동의 이외 의료인 동의까지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