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을 두고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안정성을 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투업계에서는 수익률 향상을 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 제외를 주장하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욱·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원금손실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 선택권을 디폴트옵션에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반면 김 의원과 안 의원의 발의한 법안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주식이나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야한다고 의견이 갈렸다.
현재 이견이 갈리고 있는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방법에 따라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디폴트옵션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이유는 퇴직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관심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가입자 83%는 1년 동안 본인의 상품을 한 번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212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원리금보장형 도입으로 퇴직연금 안정성 마련”
이처럼 취지가 다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각각 발의된 가운데, 보험업계는 윤 의원의 법안을, 금투업계는 김 의원과 안 의원의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외하는 것이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다. 퇴직연금은 은퇴 후 가입자의 생활에 있어 그 어느 자산보다 안정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외할 경우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은 지난 4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논의와 고려사항’이란 보고서에서 “가입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퇴직연금 자산이 실적배당형에 투자돼 손실이 발생할 경우,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선택 시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제도의 안정성과 수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발간한 정원석 연구위원과 김윤진 연구원도 “지난 1년 간 한 번도 관리를 하지 않은 가입자의 비중이 83%로 디폴트옵션의 도입은 퇴직연금 자산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 개인마다 변동성에 대한 위험회피성향이 다르므로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가입자의 자산을 임의로 실적배당형 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업계 “문제는 낮은 수익률…원리금보장형 도입은 기존 취지 훼손”
반면 금투업계에선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포함될 경우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반박한다. 디폴트옵션 도입 취지는 그간 큰 수익률 향상이 없었던 퇴직연금 운용 수익 향상이 목적인데,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넣을 경우 수익률에서 효과를 볼 수 없어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박종원 교수(서울시립대)는 “현재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은 노후소득 재원 확충이란 제도 취지를 반감시킨다”며 “디폴트옵션 도입 목적이 침체 상태인 현 퇴직연금시장의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전문적인 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디폴트옵션에서 제공하는 상품에 원리금 보장형을 포함시키는 것은 큰 의미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을 두고 보험업계와 금투업계 간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취약계층이 원금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결국 현재 디폴트옵션과 관련한 논의의 가장 중점 사항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성공적인 노후 생활을 도울 수 있도록 자산관리 시스템을 손보자는 것”이라며 “디폴트옵션 상품 선정 시 이해상충 문제 해결 방안등을 비롯해 연금가입자들의 교육 등 제도 도입 단계부터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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