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심신진 기자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코스피시장을 넘어섰다.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 외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제도화에 미온적이다. 특금법과 같은 규제만 나오고 산업을 정의하는 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가 지켜야할 규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업정의·주무기관·판단기준… 3無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오후4시50분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지난 24시간 동안의 거래대금은 28조4860억원이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 22조2077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코스피를 넘어섰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은 없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관계자는 “이 산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 주무기관도 없고 어떤 행동을 하면 되는지 판단할 근거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 3월부터 시행됐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와 은행 실명계좌 연동 의무를 부여했다. 산업에 대한 정의, 가상화계 거래소 자본금규모·인가기준 등 기본적인 사항없이 먼저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손 놓고 있던 상황에서 이슈가 많아지니 규제(특금법)가 먼저 생겼다”고 꼬집었다.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한데… 은행에게 넘겨진 안정성 입증
아울러 금융당국이 거래소 안정성 검증 책임을 은행에게 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금법은 거래소의 실명 계좌 발급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은행은 거래소가 실명 계좌 발급 신청을 하면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거래소의 자격을 너무 자금세탁, 신원확인 등 특금법 방향 쪽으로만 생각한다”며 “은행에게 자금세탁 관련 부담을 전적으로 짊어지라는 식으로 당국에서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금, 전문인력, 위험관리 여부, 코인 상장 협의회 운영 상태 따질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잘못됐을 때 손해배상 입증 책임 범위까지 촘촘하게 규정을 만들고 따져보고 해야 하는데 은행에게 총대를 메게 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인정 않는다고 없는 것 아냐… 투자자 보호 논의해야”
투자자 보호도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는 배경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김재진 사무국장은 “법 제정은 거래소가 무엇을 준수하는지 정하는 것이다. 그런 기준이 없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거래소가 건전한 거래소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며 “법 제정은 투자자 보호와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일관되게 말씀드리는 것은 이건 가상자산이라는 것”이라며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무시하면 안 된다. IT기술 발전과 금융이라는 경계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발생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돈의 흐름이 24시간 자유롭게 흐르는 시장으로 변했는데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2017년에 이어 다시 가상화폐 열풍이 벌어졌다”며 “시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다. 시장의 존재를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를 논의하는 게 건전하고 발전적인 태도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지난 10일 발행했다. 보고서는 “2017년ㄴ 이후 거래소 해킹 및 시세조종 등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 및 소관 부처, 정책 방향, 과세 방안,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피해자 보호 방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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