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상승세 탔는데’… 국민의힘 발목 잡힌 이유는?

‘겨우 상승세 탔는데’… 국민의힘 발목 잡힌 이유는?

나경원·홍준표·황교안 복귀 시동… “강경보수 귀환에 지지층 이탈”
‘유승민계’ 이준석·김웅 등 계파 갈등 조짐
영남당 논란 자처하며 ‘집토끼’ 잃었다는 분석도

기사승인 2021-05-13 05:00:15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상승세를 이어온 국민의힘이 ‘주춤’했다. 일각에선 민심을 흔드는 인사들이 전당대회 등을 계기로 국민의힘 전면에 나서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의뢰)가 지난 8~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1%p 하락한 25.9%였다. 더불어민주당은 0.2% 감소한 34.2%를 기록했다. 

한길리서치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2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이번 달 조사에서 그 상승세가 꺾였다. 월별 지지율은 ▲1월 22.6% ▲2월 21.1% ▲3월 25.1% ▲4월 28.0% ▲5월 25.9%였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러한 상황에 국민의힘이 재보선 이후 제대로 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해 국민의 실망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더 진화하고 발전·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길 국민은 바랐는데 선거가 끝나니 국민의힘은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기지개를 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박 교수는 “‘도로 한국당’이 재현된 모습”이라며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구태 이미지를 가진 인사들이 움직였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나경원 당 대표 출마설’이 거론됐다. 황 전 대표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직접 나서겠다며 미국행을 택했다. 홍 의원은 지난 10일 복당을 선언하며 복귀를 공식화했다.

왼쪽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전 의원. 사진=쿠키뉴스 DB

문제는 3인방이 강경 보수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나 전 의원과 황 전 대표는 2019년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삭발·단식 등 강성 투쟁을 이끌며 보수 이미지를 극단으로 몰았다. 홍 의원도 막말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당 이미지 악화에 영향을 줬다. 이에 4·15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이 1년간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지난 재보선에선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그러나 강경 인사들이 복귀하다 보면 여론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젊은 층의 지지가 크게 이탈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계를 주축으로 계파 갈등 양상이 재현되는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친박‧친이 그룹이 사실상 와해된 가운데 국민의힘 내 최대 계파로 ‘유승민계’가 떠올랐다. 조해진‧하태경‧김웅‧유의동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은 대표적인 유승민계로 꼽힌다. 이 가운데 조해진‧김웅 의원, 이 전 최고위원은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유승민계는 탄핵, 홍 의원 복당 등을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만큼 유승민계 인사들도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내에서 탄핵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와 갈등의 불씨가 존재한다. 이에 더해 김웅 의원은 홍 의원의 복당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당내에서 ‘영남당 논란’을 자처하며 집토끼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 당 대표로 집토끼를 잡고 동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산토끼까지 잡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홀대하며 핵심지지층을 잃었다는 것.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가 취임한 이후 박정희·김영삼 묘소를 잇달아 참배하는 등 동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당 정책도 중도·보수적 색채를 띤다”며 “반대로 국민의힘은 ‘영남당은 안된다’며 핵심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야권 지지기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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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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