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융지주사들도 빅테크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고 지적받는다. 카카오와 네이버와 달리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평가다. 또한 계열사 연계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부분에도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빅테크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이미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았고, 하나금융도 올해 11월까지 하나카드의 ‘원큐페이’를 그룹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도 은행과 카드를 연계한 통합 결제 방식을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입을 대응하기 위함이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구글, 애플이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페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도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빅테크기업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전자결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올해 예상 거래액을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도 언론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현금이나 카드, 지갑없이 카카오페이 하나만으로 금융생활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네이버페이도 지난해 거래액 25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도 전년동기 보다 66% 증가한 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환경은 기존 금융지주사에겐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이미 금융지주사들은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도 검토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앱이 우후죽순 있었지만 최근 조금씩 축소화하면서 조금씩 통합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플랫폼 통합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관건이라고 한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와 네이버처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을 경우 앱이 무거워질 가능성도 크기에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답했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실생활과 연계되는 플랫폼이 아닌 이상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등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금융권도 과도한 경쟁 보다는 제휴를 통한 상생 전략도 함께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기존 은행들은 카카오페이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출 한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톡이나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 가능한 한도와 금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련 채널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카카오와 토스 등의 채널을 통해서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고객 편의를 위한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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