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 대표 출마자만 10명에 달하며 후보들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전반적인 선거 구도는 초선 대 중진의 신구 대결로 흐르는 양상이다.
당권 경쟁이 세대 간 대결로 치달으며 거친 논쟁도 이어졌다. 이 가운데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가 맞물리며 앙금이 남을만한 발언도 주고받고 있다.
“경륜으로 대선까지” vs “새로운 상상력”
당 대표 선거는 초반 영남대 비영남의 지역대결이 벌어졌으나 시간이 흐르며 신구 대결로 중심이 이동했다. 현재 후보에 이름을 올린 중진 인사는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조경태(5선·부산 사하을), 윤영석(3선·경남 양산갑), 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홍문표(4선·충남 홍성예산) 의원 등이다.
여기에 초선 돌풍을 일으킨 김웅(초선·서울 송파갑), 김은혜(초선·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원외 인사로는 신상진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4선 출신 나경원 전 의원은 출마 준비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의원들은 경륜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당 운영을, 초선 의원들은 세대교체를 내세운 개혁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논쟁도 이어졌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초선·청년 주자들을 향해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선 안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팔공산만 다니던 분” “그냥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라고 받아쳤고 김은혜 의원도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경륜이지 실패한 낡은 경험이 아니다”고 했다.
또 주 전 원내대표가 배우 윤여정 씨의 오스카상 수상에 빗대 “윤여정 선생은 연세가 70이 넘었어도 오스카상을 받았다”고 하자 김은혜 의원은 “연세가 많아서 상을 준 것이 아니듯 핵심은 역량과 비전”이라고 곧바로 쳤다.
출마가 예상되는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초선·청년 주자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김은혜 의원은 “불과 두 달 전에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마한 분” “중진 그룹 인재창고가 고갈됐다.” “돌려막기” 등이라며 나 전 의원에게 직격타를 날렸다.
“선배 음해하는 관종” vs “먼지 쌓인 조화”
당 대표 선거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며 홍준표 의원을 향한 화살도 거세졌다. 홍 의원은 지난 10일 “이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복당 신청을 선언했다.
이에 당권 도전을 선언한 초선 김웅 의원이 막아섰다. 김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철엔 위험성 최소화가 가장 중요한데 당이 아무리 서민, 노동을 중시해도 힘없는 경비원에게 ‘네까짓 게’ 이런 말 한마디면 선거는 끝난다”며 “당의 상품성을 저해할 요소가 있다면 내쳐야 한다”고 홍 의원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철부지가 세상모르고 날뛰면 설득해 보고 안 되면 꾸짖는 것이 어른의 도리” “선후배도 없고 위아래도 없는 막가는 정치가 되어 간다” 등 거친 말을 사용해 김 의원을 비판했다.
이후에도 설전은 계속됐다. ▲하태경 의원 “모처럼 찾아온 당 쇄신과 정권교체 기회에 고춧가루 뿌리지 말고 깨끗하게 물러나라” “홍 의원은 과거에도 막말, 저품격 정치로 보수의 망신살” ▲김재섭 비대위원 “26년간 당을 지켜온 홍 의원의 충심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 복당하지 않는 것” 등 홍 의원을 향한 공격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홍 의원은 “뻐꾸기 정치를 해선 안 된다. 뻐꾸기 알이 되는 비열한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고 받아쳤다. 유승민계로 일컬어지는 ‘바른미래당계’와 외부 영입 인사였던 ‘김종인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에도 “당내 선배만 음해하는 관종으로 커보겠다는 것은 잘못 배운 정치행태”라며 “더이상 논쟁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앞으로 더 하지 않겠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불필요한 언행 안돼”
야권 인사들 간의 논쟁이 격화되자 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섰다. 김기현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경쟁 과정에서 불필요한 언행으로 개인은 물론 당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절제하고 품격있는 언어로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주는 경선이 될 수 있도록 모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김미애 비대위원도 “당 대표 선거, 복당 여부 놓고 눈살 찌푸리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가 비대위 체제임을 잊은 게 아닌가 싶다. 보수 정치가 진보와 다른 점은 말에 품격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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