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사이트를 가진 '다공성 물질'을 활용해 세계 최대의 수소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구현했다.
경상국립대(GNU·총장 권순기) 융합기술공과대학 에너지공학과 오현철 교수팀은 중수소에 의해서만 흡착하는 사이트를 가진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해 중수소 분리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인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팀, 강성구 울산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의 흡착 밀도가 수소보다 높아 1D 채널 형태의 다공질 내부 표면에 중수소가 더 가깝게 흡착하게 되고 그 결과 채널 중간에 중수소만 들어갈 수 있는 기공을 만들어 중수소 분리 효율을 세계 최대로 구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내용은 '미국화학회지(JACS)'(Impact Factor 14.612) 저널 '전면 표지'로 선정돼는 한편 논문은 5월 19일자(한국시각)로 공개됐다.
논문명은 Exploiting the Specific Isotope-Selective Adsorption of Metal-Organic Framework for Hydrogen Isotope Separation.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이 물질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 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다. 또한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중수 전기분해로 만들어진 수소 동위원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한다.
하지만 동위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므로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MOF를 이용한 중수소 분리 기술은 개구의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하거나, 국소적으로 유연한 개구나, 구조가 완전히 변화하는 호흡 효과 등을 이용하여 분리가 가능했다.
강성구·최경민·오현철 교수 공동연구팀은 기존 기술과는 다르게 다공성 물질 기공(채널) 내부를 중수소로 1차 흡착시켜 작은 내부 채널을 생성했다.
이렇게 생성된 내부 채널을 수소는 통과하지 못하고 중수소만 통과시킬 수 있어 분리 효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사용된 물질은 매우 저렴한 소재인 '코발트 포메이트'(Cobalt formate; CoFA)였다.
25K 극저온, 30mbar의 중수소를 CoFA에 주입해 1차적으로 중수소 흡착을 우선시키면, 이후 혼합기체를 주입하더라도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어 기존 극저온 증류법(선택도 1.5, 24K) 대비 약 30배 이상 높은 효율(선택도 44, 25K)을 보였다.
최경민 교수는 "CoFA는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저가 소재를 이용해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측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대용량 수소 동위원소 분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강성구 교수도 "흡착 밀도를 실험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밀도 흡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산모사로 증명해 낸 의미 있는 결과였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강한 흡착 사이트가 없는 다공성 물질에서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친화도를 가지는 특성의 물질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물질 내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영역을 발견한 결과다. 수소 동위원소를 비롯해 고가의 동위원소인 헬륨, 산소의 분리 분야로도 적용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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