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국내 주요 전업카드사들이 코로나19의 완화로 일어난 ‘보복소비’ 심리의 효과를 보면서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여기에 리스와 할부 금융 수요 증가도 카드업계의 실적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 다만 올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호실적이 수수료 인하의 근거가 될까 카드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7232억원으로 전년대비 3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들의 양호한 실적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가 잠시 완화세를 보이면서 생겨난 ‘보복심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카드승인액은 223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행이나 숙박업 부문의 카드승인률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백화점 매출액이나 명품 소비 등의 서비스 부문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 실적향상에 주효했던 것.
이에 따라 개별 카드사들의 실적도 좋아졌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올해 1분기 전년대비 32.8% 증가한 16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1분기 업계 1위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2274억원으로 같은기간 38.4% 증가했다. 영업이익 중 할부금융(372억원) 부문이 5.7% 증가했는데, 특히 자동차 금융을 중심으로 한 리스 수익(755억원)이 21.3% 뛰었다.
KB국민카드의 1분기 순익은 14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4% 증가하면서 전업카드사 중 가장 큰 순이익 증가폭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신용카드와 할부 금융 등이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할부금융 및 리스는 같은기간 63.5%가 늘어났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역시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3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4% 늘었고, 현대카드는 802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증가했다.
중소형사들도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나카드는 전년대비 139.3% 급증한 7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우리카드도 720억원을 달성해 같은기간 41.2% 늘었다. 다만 롯데카드와 BC카드는 1분기 순익이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전년대비 0.39% 줄어들었으며, BC카드는 64% 하락했다. BC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마스터카드 주식 처분에 따라 법인세가 늘어나며 순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실적을 기록한 카드사들이지만, 1분기 이후의 전망은 밝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적 개선이 수수료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여신금융협회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위한 원가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은 2015년 이후 계속 하락했는데, 지난 2018년 매출 5억∼30억원인 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65%p 체크카드 수수료를 최대 0.46%p 씩 낮춘 바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은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이다. 7개 전업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을 의미하는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4000억원, 30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수수료가 인하된 2018년부터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9년에도 1000억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삶이 어려워지다 보니 당국과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수수료 인하 법안이 발의돼 있다”며 “또한 오는 7월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게 되면서 카드업계의 이자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카드업계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두 개가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한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카드업계의 전망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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