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폐교되는 건 지방대” 구조조정 직면한 대학들 울분

“결국 폐교되는 건 지방대” 구조조정 직면한 대학들 울분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모여 회견... 정원 축소 방안 등 비판

기사승인 2021-05-24 13:48:23
대학·교수단체 등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대학·교수단체 등이 정부의 대입정원 축소 방안을 “알맹이가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정부청사 앞에서 ‘교육부 발표에 대한 고등교육단체 입장 및 대학위기 실질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학이 위기다. 정부 책임 강화하라” “교육재정 확충으로 대학 공공성 강화하자” “대학이 미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단체는 “폐교 위기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들은 주로 지방대학”이라며 “폐교로만 내모는 대학구조조정은 지역 균형 발전의 틀을 허물고 지역의 공동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수도권과 달리 지방대, 전문대의 경우 이미 매년 학생 감소가 급격히 진행 중이다.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대학에 대한 이중 부담을 가중하는 조치”라며 “대학별 입학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원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은 “오늘날 지방대의 위기는 교육 차이가 아닌 취업 여건, 사회문화적 조건 차이에서 기인한다. 대학 교육 여건이 잘못된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국립대와 수도권 일부 대학에 지원을 집중하고 지방대·전문대에 등 돌리는 정책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질타했다. 

대학구조조정은 참여정부부터 본격 추진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 정원을 감축시켰다. 17만여명 줄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쳤다. 효과는 미미했다. 1만여명밖에 줄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일 새로운 구조조정책을 발표했다. ‘한계대학’을 지정해 집중 관리, 회생이 어려울 시 폐교를 명령한다는 것이다. 한계대학에는 ▲개선 권고 ▲개선 요구 ▲개선 명령 등 3단계 시정 조치가 내려진다. 이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폐교된다. 이와 함께 권역별 대대적인 정원 감축 방안도 마련됐다. 5개 권역별로 하위 30~50% 대학에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한다. 정원 감축에 응하지 않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이 중단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뤄진 3일 오후 서울 자양동 자양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박태현 기자
대학·교수단체 등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대학구조조정이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은 모두 지방에 있다. 광주예대, 아시아대, 명신대, 성화대, 건동대, 경북외대, 대구외대, 대구미래대, 서남대, 서해대 등 총 18곳이다.

정부는 지방대의 반발을 고려, 5개 권역별로 나눠 정원 감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문은 남는다. 배태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은 “정부에서 지역 여건을 고려하겠다고 하지만 어떤 지표인지 알 수 없다. 지역 내 기업의 수를 고려할 것인가”라며 “합리적인 지표가 무엇일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대학의 폐교는 구성원의 실직과 지역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교수발전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학 폐교로 실직한 교수는 900여명에 달한다. 직원은 400~5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폐교 대학으로부터 받지 못한 임금은 850억원으로 추정된다. 학생이 사라지면서 지역 인구 감소도 가속화됐다. 2018년 2월 전북 남원 서남대학교가 폐교하며 남원 인구는 감소했다. 폐교 직후인 2018년 3월 남원 인구는 8만301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기준 인구수는 8만196명으로 2000여명 이상 줄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며 대학 앞 식당, PC방 등도 대다수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법은 없을까. 대학·교수단체들은 대학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늘려 초·중·고등학교처럼 운영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재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0%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의 재정은 대부분 학생의 등록금에서 충당된다. 천정환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교육학술위원장은 “교육부를 넘어서 기획재정부에서 교육재정을 통제하고 있기에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며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확충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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