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마냥 웃기 힘든 상황이다. 1분기 호실적은 주식시장 호황, 코로사 반사이익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은 반면 수입보험료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빅3’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3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4% 증가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개별 보험사별로 보면 업계 1위 삼성생명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4.3% 증가한 10조4억원, 영업이익은 171.9% 늘어난 1조334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순이익 증가는 삼성전자 특별배당 및 변액보증준비금 관련 손익 개선으로 이차익이 증가한 결과다. 여기에 삼성전자 특별배당을 제외한 순이익도 4406억원으로 전년동기(2299억원) 대비 91.6% 증가했다.
또한 신계약 가치는 1분기 3840억원으로 전년 동기(3210억원) 대비 19.6% 증가했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동기(6921억원) 대비 2.2% 줄어든 6771억원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매출액이 5조7818억원으로 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7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9% 이상 증가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영업수익 증가하는 등 보험 본연의 이익이 견고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영업비용이 크게 감소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며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우호적 매크로 환경이 펼쳐지며 변액보증준비금 부담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장성 수입보험료는 고수익성인 일반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한 1조786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일반 보장성 수입보험료가 전년동기 대비 26.7% 상승한 382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생보업계의 1분기 호실적은 배당 수익과 함께 증시 호황에 따른 변액 보증준비금 부담 완화 등 1회성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대비 주가가 크게 반등하고, 장기 채권 금리가 상승하는 등 주식·채권 시장이 생보업계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며 “신계약 중 보장성보험은 소폭 줄고 저축성보험이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생보사의 주요 수입원인 보장성보험 영업실적이 악화되는 점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의 우려처럼 실적과는 별개로 생명보험사들의 신계약 금액은 감소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생명보험사 신계약 금액은 53조6770억원으로 전년동월(54조9200억원) 대비 2.26% 감소했다. 이 중 보장성보험은 46조5570억원으로 같은기간 6.51% 줄었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39.04% 증가한 7조119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생보사의 보장성보험 판매실적이 감소한 배경에는 코로나19와 금융당국의 규제가 있다. 상품구조가 복잡한 보장성보험은 특성상 대면판매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급격히 위축된데다가 금융위원회가 올해 무해지보험의 해지 환급률을 표준형 보험과 같거나 낮게 설계하면서 판매율이 급감한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판매규제가 성장이 멈추고 생명보험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 0.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보장성보험이 감소한 만큼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를 급격히 늘렸는데, 오는 2023년 시행되는 IFRS17로 인해 자본 확충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는 2분기와 3분기부터는 생보사 실적 약화는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