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재무적투자자) 간의 풋옵션 가격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에 이어 어펄마캐피탈(전 스탠다드차타드 PE)까지 검찰에 기소되면서 풋옵션을 둘러싼 법적공방은 새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중앙지검은 교보생명의 FI인 어펄마캐피탈의 풋옵션 행사 과정에서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삼덕회계법인 회계사가 어피너티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적용된 안진회계법인의 평가방법과 평가금액을 그대로 인용했으면서도 교보생명의 기업가치평가를 직접 수행한 것으로 꾸민 정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격 산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2년 체결된 풋옵션 계약에서 시작됐다. 풋옵션이란 시장가격에 관계없이 특정 상품을 계약한 시기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9.05%)와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을 구성,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함께 인수 당시 어피너티는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인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약속한 시일까지 교보생명의 IPO는 성사되지 않았고, FI 측은 2018년11월 풋옵션 권리 행사를 선언했다. 이후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안진회계법인에 적정가치 평가를 의뢰했고 교보생명 주식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한 결과를 받았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이보다 훨씬 낮은 주당 20만원대 중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은 격화됐다. 교보생명에선 보험업종이 저금리와 자본규제라는 악재로 인해 꾸준한 주가 하락이 이어져왔고, IPO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FI에서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으며, FI는 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는 핑계에 불과하고, 신 회장이 사실상 지분 희석을 우려해 IPO를 미뤄왔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풋옵션 적정 가격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교보생명은 FI가 행사한 풋옵션 가격(40만9000원)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며, FI는 공정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신 회장 측에 전문가들을 통해 합당한 가치를 제시하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 속 검찰은 교보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 임직원 3명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을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
검찰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고 법률 비용에 해당하는 이익을 약속하며,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가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가 교보생명의 기업가치평가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거짓으로 보고했으며, 안진회계법인의 평가 방법과 금액 등을 인용, 자신이 직접 업무를 수행한 것처럼 꾸민 정황을 포착해 어펄마캐피탈의 의뢰를 받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을 기소했다.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향후 국제중재 판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신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지난 3월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국제중재재판소가 주관한 대면변론에 참여해 최종 변론을 했다. 중재 판정에는 최종 변론 이후 6개월에서 1년여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판정은 이르면 오는 9월에 나올 전망이다. 국제중재재판소의 중재 판정은 단심제로,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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