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타율 낮은 판타지 로코 ‘간 떨어지는 동거’ [볼까말까]

웃음 타율 낮은 판타지 로코 ‘간 떨어지는 동거’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5-27 18:14:20
tvN '간 떨어지는 동거'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흥행 요인은 충분하다. 인기 웹툰 원작에 구미호와 인간의 동거라는 트렌디한 소재, 인기 배우와 전작에서 성공을 거둔 제작진까지. 사전 설명만 보면 실패할 이유가 없는 tvN ‘간 떨어지는 동거’는 역시나 첫 방송부터 5.3%(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로 흥행을 예고했다. 동시에 불길한 기운도 느껴진다. 연이은 코미디 장면들은 웃기려 애쓰지만 웃기지 않고, 인물 설정과 이야기 구조엔 어디선가 본 듯한 클리셰가 가득하다. 떨어지는 건 간이 아니라 시청률일 수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999살 구미호 어르신 신우여(장기용)와 쿨한 99년생 요즘 인간 이담(이혜리)이 구슬로 인해 얼떨결에 한집 살이를 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2017년 연재를 시작한 평점 9.97점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배우 장기용과 이혜리, 강한나, 김도완, 배인혁 등이 출연하고, MBC ‘꼰대인턴’을 연출한 남성우 감독과 JTBC ‘김 비서가 왜그럴까’를 집필한 백선우, 최보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간 떨어지는 동거’ 1회는 신우여와 이담의 우연한 만남이 동거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구미호인 신우여가 오래전부터 인간의 정기가 담긴 구슬을 모아온 사연과 인기 작가로 현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평범한 대학생인 이담과 삼청동에서 만나는 모습을 코믹하게 다뤘다. 첫 만남에서 신우여의 구슬을 삼킨 이담은 몸에 이상 증세를 느껴 다시 그를 찾아가고, 신우여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한다. 신우여는 범띠 남자와 접촉하면 몸이 아픈 이담의 부작용을 없애려면, 자신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 이담은 할 수 없이 신우여의 집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사진=tvN 홈페이지

첫 회에선 흥미로운 소재와 설정들이 눈길을 끌었다. ‘간 떨어지는 동거’가 그리는 세계가 어떤 규칙으로 유지되는지, 신우여는 어떤 존재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신우여와 이담이 처음 만나 동거로 이어지는 과정은 빠르게 그려졌다. 새로운 설정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하나씩 공개되는 재미가 있고, 그것을 현실의 이담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이 이입할 여유를 줬다.

다만 재미있어야 하는 전개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시트콤처럼 코믹한 상황이 연이어 펼쳐지지만, 타율이 낮았다. 웃기려고 하는 느낌을 음악으로 강조해 억지스럽고, 힘이 들어간 연기도 설득력이 부족했다. 판타지를 섞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들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로 끌고 오기 위해 공을 들였다. 만화 속이 아닌 현실에 발붙인 이들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세계관 설명을 치밀하게 전하려 했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이미 그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는 듯, 유치하고 가벼운 코미디에 더 중점을 두는 시도를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난 모양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이 진부함과 친숙함으로 나뉘는 건 한 끗 차이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오랜 기간 한반도에 살아온 구미호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익숙한 설정에 동거를 더해 신선함을 노렸다. 동거를 시작한 이후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에 따라 평이 갈리겠지만, 1회에선 동거 설정의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남성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수동적인 여성 주인공을 통해 새로움을 찾는 건 힘든 일이다.


◇ 볼까


다소 유치한 코미디 장면도 즐겁게 볼 수 있는 판타지 로맨스 마니아에게 추천한다. 장기용과 이혜리 배우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만족할 팬들에게도 권한다.

◇ 말까

스스로 코미디나 로맨스에 관대하지 않다고 느끼는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는 게 좋다. 중국 PPL은 없지만, 중국 자본 드라마가 불편한 시청자에게도 권하지 않는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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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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