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우리 기업들이 경영과 투자 활동에 매진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수록 다양한 정책 지원과 입법 활동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시급 한 문제로 노사관계 선진화를 요청했다. 국내 기업들이 투명·윤리경영, 사회공헌 등 변화의 노력을 해왔지만, 노동에서는 대립·투쟁적 모습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80년대 노동운동이 본격화한 이후 근로자, 노동조합의 권익은 지속해서 강화됐지만 비타협적 노사관계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변화하지 않는 우리 노동운동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 노사관계 현실은 국가 경쟁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내국인 해외 직접투자는 2017년 449억불보다 100억불 는 549억불(이날 기준 환율로 우리 돈 60조9115억원),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는 2017년 138억불보다 23억불 줄어든 113억불(우리 돈 12조 5373억원)로 투자의 동향이 해외로 쏠리고 있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손 회장은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력이 있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주도해서 노동 개혁을 추진한 경험이 있고, 이에 우리 정부여당도 중심을 잡고 노동 개혁을 잘 이끌어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손 회장은 "우리 기업 또한 경제회복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점진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기업 경영과 관련한 세제 문제와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 문제 해결에도 여당이 점진적인 자세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쟁국들은 기업의 조세부담을 완화하는 등 경쟁력 있는 기업환경 조성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반도체뿐만 아니라 미래 차, 바이오 같은 유망 산업에서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확대를 비롯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13일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항목에 '핵심전략기술'을 신설해 연구개발(R&D) 투자액의 최대 40~50% 공제, 시설투자액의 최대 10~20% 공제를 발표한 바 있는데, 손 회장은 이보다 폭넓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손 회장은 기업인을 옥죄는 과도한 '법률'은 완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먼저 상속세와 관련해서 손 회장은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며 "현재의 유산총액과세에서 상속인별로 유산 취득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상속세율 인하와 제도개선은 금년도 세제개편에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형사법적 문제와 관련해서 경영자가 합리적 근거에 따라 성실하게 판단한 것이라면 배임죄는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손 회장은 주장했다.
손 회장은 "배임죄는 범죄 성립요건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기업인들은 경영 판단 과정에서 배임죄로 처벌 당할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는 배임죄 조항이 없으며 독일의 경우 기업인이 경영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더라도 합리적 근거로 성실히 판단한 것이라면 처벌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손 회장은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되면 이로 인한 부담의 대부분을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장려금을 지급해 근로의욕을 높이는 근로장려세제 확대 같은 유인책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근로를 장려할 목적으로 2009년부터 시행 중인 근로장려세제는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보다 낮은 근로자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기업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과도한 처벌이 산업재해 감소의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손 회장은 "최근 산업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어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송구한 심정"이라고 밝히면서 "지금은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의 정책이 필요한 때다. 기업과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재해 감소의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경총이 경영계를 대표해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기업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정부는 예방활동 지침을 확실히 세우고 기업은 예방 규칙을 지켜 근로자 교육에 앞서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마지막으로 송영길 대표에게 규제 입법 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회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입법 활동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적지 않은 의원입법안들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안들이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업들의 호소가 많다"며 "입법에 앞서 규제의 타당성과 파급효과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사전 점검 시스템 도입을 건의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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