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빌보드를 녹였을까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빌보드를 녹였을까

기사승인 2021-06-02 12:33:16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신곡 ‘버터’(Butter)로 미국 빌보드 차트를 녹였다. 1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1일 발매한 신곡 ‘버터’가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올랐다. “‘버터’로 핫 100에서 1위하겠다”는 멤버 슈가의 예언이 일주일여 만에 현실로 이뤄졌다.

지난해 8월 발매한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 핫 100 1위’ 기록을 쓴 방탄소년단은 같은 해 10월 피처링한 조시 865·제이슨 데룰로의 ‘세비지 러브’(Savage Love), 11월 낸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을 모두 핫 100 정상에 올렸다. 첫 1위곡부터 네 번째 1위곡을 만들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9개월.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세운 7개월2주(2006년~2007년) 이후 가장 단기간에 세운 기록이다. 그룹으로는 1970년 잭슨파이브(8개월2주) 이후 51년 만에 가장 짧은 기간에 핫 100 1위곡을 4곡 만들었다고 빌보드는 설명했다.

핫 100은 매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다.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낸다. ‘버터’는 음원 판매량·스트리밍·라디오 방송 횟수에서 고루 높은 성적을 냈다. 빌보드가 인용한 MRC데이터에 따르면 ‘버터’는 발매 첫 주 미국에서 3220만회 스트리밍됐고, 다운로드는 24만2800건을 기록했다. 라디오는 지난달 24부터 30일까지 1810만명의 청취자에게 노출돼 ‘라디오 송즈’ 차트 39위에 랭크됐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운로드가 폭발적이었고 스트리밍 횟수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라디오 방송 횟수가 대단했다”고 짚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버터’는 인기 팝송을 다루는 톱 40 포맷의 미국 내 180개 라디오 방송사에서 모두 방송됐다. 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미국 내 위상을 보여주는 수치”라면서 “슈퍼스타(방탄소년단)가 신곡을 냈으니 모든 매체가 집중해 방송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지 프로모션을 맡은 컬럼비아 레코즈는 일찌감치 ‘버터 버스 투어’를 돌며 라디오 DJ들에게 신곡을 들려주는 등 열띤 홍보로 힘을 보탰다.

해외 작곡·작사가와 RM이 함께 만든 ‘버터’는 청량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돋보이는 댄스팝이다. 영국 록 밴드 퀸의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연상시키는 베이스 라인과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 어셔의 ‘유 갓 잇 배드’(U Got It Bad) 등을 비튼 가사가 특징이다. “젊은 팝 음악에 거리가 생긴 기성세대를 공략”(정민재 평론가)한 전략이다. 방탄소년단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버터’는 귀여운 고백송”이라며 “2021년을 대표하는 여름 노래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어 싱글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방탄소년단의 ‘투 트랙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등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연작 음반과 달리,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는 가볍고 경쾌해 쉽게 즐기기에 좋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영어 싱글로는 밝고 대중친화적인 곡을 발표하는 한편, 기존에 해오던 깊이 있는 음악과 치유 메시지는 음반 단위로 선보이는 전략”이라면서 “밝고 희망찬 댄스팝이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무기가 된 셈”이라고 봤다.

방탄소년단이 ‘버터’로 그래미 무대를 다시 밟을지도 관심사다. 이들은 지난 3월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그룹/듀오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상을 타지는 못했다. 정 평론가는 “그래미는 작품성과 흥행여부 등 여러 요인을 종합해 시상하기 때문에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방탄소년단은 이미 ‘다이너마이트’로 그래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어서, 다음 그래미에서 후보로 거론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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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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