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가계부채, 자산 시장 변동성 ‘방아쇠’될까

급증하는 가계부채, 자산 시장 변동성 ‘방아쇠’될까

기사승인 2021-06-10 06:01:01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에 큰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가운데 단기성 레버리지 비중이 커졌고, 이는 자산 시장을 흔들 수 있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회수, 글로벌 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같은 외부 변수까지 겹치면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한국은행 기준)은 1666조원으로 1년 전 보다 144조2000억원이 불어났다. 

1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34조6000억원으로 전분기(45조8000억원)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분기 평균 증가액(31조7000억원)보다 많았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446조6000억원이었으나 불과 2년여 만에 219조4000억원이 추가로 늘어났다.

특히 이른바 숨어있는 부채로 불리는 전세보증금(전세자금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단기성 레버리지 투자(갭투자)가 만연한 만큼 리스크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을 포함한 실질 가계부채는 전 세계 최고수준인 GDP 대비 140%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여타 선진국과 달리 투기 수요를 기반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해왔다”고 지적했다. 현재 담보대출 가운데 전세대출 비중이 크고 갭투자 비율은 52%에 달한다. 

전세보증금 관련 대출이 리스크가 큰 것은 만기가 짧은 단기성이기 때문이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비중도 일반적인 주담대보다 크다. 또한 차주(대출을 빌려가 주체)의 신용도를 평가하지 않는다. 

외부적인 충격도 변수로 꼽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유동성 회수)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4.2% 오르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전년 대비 6.8% 급등하면서 2017년 10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압박 가능성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및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 등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주요국의 금융시장기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인 10년물 기준이 올해 들어 2%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기업들의 구인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연준은 지난해 전지구적 감염병인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매달 1200억달러(약 133조7760억원)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왔다. 

자료=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미국이 유동성을 축소하거나 회수할 경우 이는 개도국과 부채가 크고 시장 개방이 큰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코로나 위기 이후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 부채를 가장 많이 늘린 나라 중 하나이다. 중요한 차이점은 정부 재정보다는 민간 대출 중심으로 부채를 늘렸기에 부채 리스크 부담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오태동 리서치센터장도 “8월 말이나 9월에 연준의 테이퍼링에 대한 가이던스(안내 지침)가 나오면 자산시장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대외적 변수는 부동산 및 자산 시장에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의 주택시장은 코로나 위기 이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그 방식도 리스크 부담이 큰 레버리지(빚내 투자) 효과가 컸다. 

서영수 연구원은 “현재 가계대출 구조를 살펴봐도 과거와 달리 비(非)주택담보대출(전세보증금을 통한 갭투자 방식)으로 집값을 상승시켰다. 만약 글로벌시장의 변동성으로 투자심리가 꺾이거나 주택시장의 위축이 올 경우 매도 물량이 급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흐름이 곧바로 금융권으로 전이되지는 않는다. 현재 금융권은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놨다. 다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변수 가운데 하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부실여신이 증가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의 추가적립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축소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시장이 불경기로 접어들면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금융사 입장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수익성이 저조해질 수 있다. 

한편 정부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고점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하반기 주택시장이 또 불안해질 것이라는 일방향적 기대를 형성하는 데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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