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 전쟁…‘총량규제’ 저축은행, 타개책 ‘고심’

중금리대출 전쟁…‘총량규제’ 저축은행, 타개책 ‘고심’

금융당국 ‘업계 가계대출 증가율’ 21.1% 주문…지난해와 동일 수준
법정최고금리 인하·가계총량규제 ‘이중고’…“그럼에도 중금리대출”

기사승인 2021-06-16 06:10:01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공급 정책으로 인터넷은행,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 카드사 등 많은 금융사들이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와중 중금리대출의 기존 강자였던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인해 중금리공급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 타개책을 고심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저축은행의 2021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개별 업체들에게 전달했다. 가계대출 관리계획에는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21%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지난해 기준 저축은행 업계 가계대출 증가율은 21.1%(5조5000억원)다. 사실상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의 대출만을 공급하라는 것.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과 정책금융상품(햇살론·사잇돌)을 제외한 가계대출의 증가율은 5.4%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돈을 빌린 사람)에 연 16% 이하의 비 보증부 신용대출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저축은행 업권은 대출실적과 사업계획, 정부 기조를 참조, 추후 대출 관리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섰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온투금융, 카드업권 등 타 금융권에서는 중금리대출 공급을 위한 준비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는 하반기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중금리대출 확대를 예고했다. 사진=토스뱅크 온라인 간담회 캡쳐

치열한 중금리대출 시장…강력한 경쟁자 ‘인뱅·온투업’

현재 가장 중금리대출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인터넷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라는 주문을 한 상황.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규제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맞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부터 오는 하반기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까지 중금리대출 경쟁을 위한 포문을 열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일 토스뱅크의 본인가 직후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새로운 신용평가모델(CSS)을 적용한 중신용대출 상품 최대 한도를 1억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도 최대 1.52%p 인하하기로 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917억원에서 2조151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케이뱅크는 확충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규 상품·서비스 개발, 대형 플랫폼과의 협력 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하반기 출범하는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후발주자인 만큼 더 공격적인 영업 정책을 펼친다는 포부를 밝혔다. 토스뱅크는 본인가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토스뱅크의 출범 목적 중 하나를 '금융 소외자 포용'이라고 밝히면서 올해 말까지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을 35%로 맞추고, 2023년 말까지는 44%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0일 제도권 금융에 최초로 진입한 온투금융사들도 중금리대출 시장을 주 타깃으로 설정했다. 온투금융사들은 금융당국 등록 이전 대출 취급규모가 줄어들었던 만큼 중금리대출 보급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온투업자로 등록된 P2P금융사는 ▲8퍼센트 ▲렌딧 ▲피플펀드 3개 업체다. 이들 모두 등록 이전부터 개인신용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했던 금융사들이다. 여기에 3개 업체들은 데이터와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해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신용대출 ▲소상공인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페퍼저축은행은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적용되는 대출 소급적용 기간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사진=페퍼저축은행

가계대출 총량규제·최고금리 인하 ‘이중고’…“그래도 중금리대출이 답”

타 금융권은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권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오는 7월7일부터 개정된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면서 법정최고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전 금융권의 이자수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저축은행은 타격이 더 크다.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타 업권 대비 고금리대출의 비중이 크고, 기존 대출분에 대해서도 금리인하를 소급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결국 예대마진 하락으로 이자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된 만큼 상반기에 대출을 많이 실행한 저축은행은 하반기 대출 잔액 여유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 관리를 위해 대출문턱을 높이는 상황에서 총량규제가 겹친다면 대출문턱을 다시 한 번 높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중고 속 저축은행업권이 선택한 타개책은 ‘중금리대출’ 확대다. 고금리대출 축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 영향력 유지를 위해 중금리대출 보급에 힘을 주는 것.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37사) 중 59.5%(22사)가 고금리대출을 실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말과 비교해 15%p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더해 추가로 금리를 낮추거나 소급적용 기간을 없애는 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먼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보다 1%p 낮은 금리를 최고금리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으며,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과거 대출 소급적용 기간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조치로 약 4300명의 고객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보급으로 저축은행 업권 차원의 ‘고금리’ 꼬리표를 뗄 수 있는데다가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며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한 만큼 업권에서도 고객을 잡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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