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상수’ 찾아라

안갯속 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상수’ 찾아라

이사회·경영진·노조 입장 갈려…정치권도 개입
희망퇴직 카드, 인건비 문제 해결 ‘변수’

기사승인 2021-06-17 06:10:01
씨티은행 노조가 지난 4일 유명순 행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사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소매금융 철수 방안을 밝힌 한국씨티은행의 시나리오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씨티은행 이사진들은 빠른 철수방안을 원하고 있지만, 노조는 통매각 방식이 아니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출구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고객 보호와 직원 여러분의 이익 보호를 최우선에 둘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같은 유 행장의 발언은 최근 고용 유지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직원들을 대상으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씨티은행 사측은 고용승계는 유지시키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씨티은행이 우선순위로 진행하던 ‘통매각’은 난항이 예상된다.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씨티은행 전체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차례 진행된 이사회마다 씨티은행의 공식 메시지는 변하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가 공식화된 지난달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 행장은 “통매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이사회를 거치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일부 매각이 아닌 ‘단계적 폐지’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씨티은행 통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인건비’가 가장 크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은 WM(자산관리) 부문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으며, 씨티카드도 마찬가지로 충성고객층이 높은 상황. 하지만 평균 연봉이 은행권 최고치인 1억12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인수 의사를 밝힌 금융사들이 난색을 표하는 것.

씨티은행 노조는 ‘통매각’ 이외의 방식에 대해 결사 반대라는 입장이다. 검토 방안에 올라왔던 ‘단계적 폐지’나 ‘철수’의 경우 임직원들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노조는 생존권 사수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은행장실 앞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등 투쟁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상황. 지난 11일 99% 찬성률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통과시키며 합법적인 쟁의권 확보했다. 이어 18일까지 진행하는 4주간의 전국 순회 방문을 끝낸 뒤 7월부터 본격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씨티은행에 개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김병욱 정무위원회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씨티은행을 방문, 1시간30분 가량 노동조합 연대방문, 간담회와 함께 행장 면담 등을 진행했다.

국회의원단은 유 행장 등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뉴욕 본사의 글로벌 전략 변경에 따라 매각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금융소비자와 고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2가지를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유 행장은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씨티은행은 희망퇴직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4년 씨티은행은 근속 연수에 따라 36~60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내걸었는데, 650여명이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씨티은행 매각에 인건비가 문제가 되는 만큼 희망퇴직을 대거 실시한다면 씨티은행이 추진하는 ‘통매각’ 방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매각 과정에서 겪을 어려움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인건비로 알려진 만큼 이번 희망퇴직 카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며 “경영진들도 노조와의 갈등이 진행될수록 부담감이 커지는 만큼 최대한 통매각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