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야권이 차기 대선을 두고 ‘정권심판 선거’라고 명명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文의 남자들’이라는 점에서 정권심판 성격이 옅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현재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호명되고 있는 장외 인물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공통점은 현 정부에서 고위 공직에 앉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은 불과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이었다. 그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에 반기를 들며 사퇴한 후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X파일’, ‘전언정치’ 등 논란에 휩싸이며 휘청이자 야권은 대안 주자로 시선을 돌린 모양새다. ‘윤석열 대체재’로서 급부상한 인물이 바로 최 감사원장이다. 실제로 그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사항을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최 감사원장 또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야권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감사 과정에서 “절차에 불법성이 있다”며 소신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 부총리였으나 ‘소득주도성장론’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며 사퇴한 김 전 부총리도 야권 대선주자로 거명된다. 그가 지난 20일 노숙인 무료급식 봉사에 나서자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이날 자신을 여당 대표가 “민주당과 더 가까운 분”이라고 말하자 “그건 그분의 생각”이라며 선을 그었다.
여권의 핵심 관료를 지낸 이들이 야당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은 정치사상 이례적인 사례다. 같은 진영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두고 고개를 갸웃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상하다. 하여튼 문 대통령이 참 인재는 많이 육성했다. 그 공은 꽤 치하를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대선 주자로 나서는 것이 정권교체인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 밑에서 일한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 전반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들이 야권 대선주자로 나선다면 정권심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위 관료였던 이들이 문 정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라며 “반대 진영으로 나온 것도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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