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완성'을 경영 전면에 내걸었다. 지난 22일 경기도 이천시 SKMS 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다.
최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 열린 2020년 확대경영회의에서다. 재무관점을 넘어 그룹 내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매력적인 기업으로 성장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의 매력이 주물(主物)이라면 재무적 안정성은 종물(從物)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해 선택과 집중 그리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그룹 경영 방침으로 정하고 경영재편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는 미래세대가 공감하지 않고 호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최 회장의 혁신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매해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그룹 경영 방향을 제시해 왔다. 2016년에는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갑작스러운 죽음, 서든데스 할 수 있다"며 처방전으로 '근본적 변화(딥체인지)를 제시했고, 2017년은 공유인프라, 2018년에는 사회적 가치 및 일하는 방식의 변화, 2019년에는 행복경영, 지난해는 ESG 경영을 강조했다.
최 회장이 올해 꺼낸 화두는 그동안 제시한 경영화두를 한그릇에 모은 '파이낸셜 스토리'다.
최 회장은 이번 확대경영회의에서 동기화(싱크로나이즈)를 키워드로 '좋은 파이낸셜 스토리'의 개념과 필요성을 제시했다. 각 회사의 미래 비전에서부터 이사회 운영, 구성원 평가 등 모든 요소가 파이낸셜 스토리 내에서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이해관계자별로 맞춤 스토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구성원과 투자자, 이사회, 사회 구성원 등 내외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믿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 주체가 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개별 회사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수소 등을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만들었을 때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며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다.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의 이런 주문에 SK CEO들은 이날 글로벌 화두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앞서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ZERO)를 달성하자는 넷제로 추진을 공동 결의했다.
넷제로 공동 결의는 SKㅜ그룹사들이 오는 2050년 이전(‘2050-α’)까지 이산화탄소(CO2) 등 7대 온실가스를 직접 감축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간 SK는 딥체인지를 위해 다양한 혁신을 시도해 왔으나 아직 실질적 변화와 성과는 부족해 보인다"며 "올해가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의 원년인 만큼 각 사의 파이낸셜 스토리가 이러한 관점에서 제대로 수립되었는지 재차 점검해 '과감하고', '빠르고', '냉철하게' 실행하자"고 주문했다.
한편 올해 확대경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올해는 외부 투자전문가, 경영 컨설턴트, 경제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이 참석, SK가 추진하는 파이낸셜 스토리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SK CEO들과 파이낸셜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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