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시작도 전 위기…외면하는 보험사

4세대 실손, 시작도 전 위기…외면하는 보험사

동양생명, 실손보험 판매 중단…생보사 5곳만 판매
손보사, 1분기 실손 적자 약 6000억…“손해율 문제 심각”

기사승인 2021-06-26 06:10:01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당장 다음달부터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생명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갈수록 누적되다 보니 매년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해명이다. 그나마 판매를 유지하겠다는 보험사들도 실손 가입 문턱을 올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 24일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양생명은 현행 3세대 실손보험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고, 4세대 실손보험은 출시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실손보험 가입 고객이 전환을 원하는 경우에 한해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생보사, 잇달아 실손 판매 중단…“손해율 부담감 너무 커”

동양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손해율로 분석된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실손 합산비율(발생손해액+실제사업비/보험료수익)은 112%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 지급과 사업비로 112원을 썼다는 것으로, 실손보험을 판매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뜻이다.

여기에 ABL생명도 동양생명처럼 실손보험 판매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은 지난해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10만건인데, 실손 합산비율은 132.2%로 실손보험을 판매 하고 있는 생보사 중 가장 높은 부담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ABL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할 경우 국내 생명보험사 17곳 가운데 실손을 판매하는 곳은 5개 업체만 남게 된다. 현재 4세대 실손 출시를 결정한 곳은 삼성·한화·교보·흥국·NH농협생명이다.

생보사 중 가장 먼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곳은 라이나생명이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 실손보험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린 뒤 오렌지라이프가 2012년, AIA생명이 2014년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DGB생명 ▲DB생명 등이 연달아 판매를 멈췄고, 지난해 말 신한생명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또한 판매를 결정한 생보사 가운데 교보생명은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높였다. 교보생명은 최근 20대 이상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실손보험 가입조항을 마련했다. 교보생명은 40세 이상 가입자에 건강검진 진단서를 요구해왔다.

생보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생보업계는 실손보험이 주력 상품이 아닌 만큼 가입자가 손보사보다 높지 않을뿐더러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며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높지 않은 가운데 손해율 누적을 감수하는 대신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손보사, 4세대 실손 판다지만…손해율 낮아질까 ‘걱정’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멈추는 가운데, 몇몇을 제외하고 손해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13개 손해보험사 중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곳은 ▲AXA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이 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생보사와 달리 손보사들은 실손보험이 주력상품이다보니 시장 규모가 커 쉽게 판매 중단 결정을 할 수 없는데, 적자는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손보업계의 실손보험 적자는 ‘우려’를 넘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급보험금과 손해조사비, 지급준비금 증감 등을 합친 발생손해액은 전년동기 대비 6.7% 늘어난 2조729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보험료 인상으로 사업운영비를 뺀 금액인 위험보험료가 지난해 1분기보다 10.4% 많은 2조57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보험료 지급 정량에 도달하지도 못한 것.

이미 손보업계는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운용만으로 6866억원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손해율로 따지면 판매를 중단한 생보사들보다 높은 132.6%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손해율 해결을 위해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4배까지 비싸지는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한다지만, 손보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인 보험료 할증은 가입 3년 후 부터 적용되고,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는 요인인 기존 1세대·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3500만명이 4세대로 갈아탈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의 가장 큰 원인은 극소수의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쇼핑이고, 4세대 실손보험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라며 “다만 이전 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그대로 누적되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설계 구조 상 누적되는 적자를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손보업계는 실손 청구 간소화 등을 통한 인건비·사업비 감소를 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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