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 핵심 책임자가 야권 대선 후보로 변신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9개월을 앞두고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것. 두 사람이 사정기관의 수장이었던 만큼 중립성 훼손에 대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 142일을 남긴 시점이었다. 사퇴 이유론 법치주의 파괴와 자유민주주의 보호를 들었다. 윤 전 총장은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암시했다.
최 전 원장도 윤 전 총장과 유사한 절차를 밟았다. 그는 임기를 6개월가량 앞둔 28일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히며 직에서 물러났다. 대선 출마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은 말을 아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등 사정기관장은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제로 운영된다. 국가 최고 감시·수사기관인 감사원·검찰이 어떤 정치적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권에선 정치적 야욕을 위해 감사원장, 검찰총장을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 대선주자인 양승조 충남지사는 “이들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이전의 감사·수사 방향에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졌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정치적 중립성의 근본적 훼손”이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은 정치와 거리가 먼 자리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표했고, 이광재 의원도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는 쿠데타”라고 날을 세웠다.
두 사람이 칼을 댄 살아있는 정권에 대한 수사·감사도 공정성이 흔들리게 됐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현 정권과 각을 세우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윤 전 총장은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최 전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 감사를 놓고 정부와 대립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송영길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감사나 이런 모든 행위 자체가 다 소신에 따른 감사원장의 행위로 보여지기보다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검찰과 감사원이 진영대결과 정쟁화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정기관 수장인 감사원장이 사퇴 후 곧바로 대선출마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로도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최 전 원장은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의식해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최 전 원장이 대권에 직행할 경우 헌법기관의 수장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에 뛰어든 사상 초유의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29일 정치참여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독립성 훼손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검찰이 선출직으로 나서는 일이 관행적으로 잘 없다”며 우려를 일부 인정했다. 다만, “법치와 상식을 되찾아달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정치 참여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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