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2021년은 보험업권에게 많은 이슈가 있었던 한 해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오던 코로나19를 비롯해 4세대 실손보험, 제판분리, 핀테크의 공습 등 다양한 사건들이 보험사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쿠키뉴스는 올해 상반기 보험업권에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4세대 실손보험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판매를 시작한다. 4세대 실손보험은 직전 1년간 지급받은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최대 300%까지 할증되는 ‘보험료 할증’이 가장 핵심 요소다. 보험금 청구를 안한다면 보험료가 낮아지고, 많이 이용할수록 최대 400% 증가하게 된다. 할증제도가 도입된 대신 보험료는 기존 대비 10%에서 최대 70% 줄어든다.
또한 그간 실손보험 손해율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도수치료, 영양제 등 일부 보장은 줄어들고 자기부담금이 증가하는 대신, 불임이나 선천성 뇌질환 등의 보장들은 확대된다.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통해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았던 ‘손해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작 보험업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4세대 실손보험이 나온다고 한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로 인해 누적됐던 손해율이 해결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7월 기준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동양생명이 지난 24일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ABL생명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4세대 실손 출시를 결정한 곳은 삼성·한화·교보·흥국·NH농협생명 밖에 없다.
실손보험이 주력 상품인 손해보험사들은 대부분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를 결정했다. 다만 손보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급보험금과 손해조사비, 지급준비금 증감 등을 합친 발생손해액은 전년동기 대비 6.7% 늘어난 2조7290억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이처럼 실손보험의 손해율 누적이 심각한 상황에 달하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업권의 가장 중요한 ‘숙원사업’으로 불리게 됐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절차가 복잡하다며 금융당국에 절차 개선을 요구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약 12년 동안 번번히 법안 통과가 실패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에서 진료받은 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진료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직접 보험사에 전산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이를 금융·보험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팩스나 우편 등을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보험회사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토록 요청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020년에도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발의된 바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정치권을 비롯해 금융당국, 손해보험협회가 함께 실손보험 간소화법을 재발의했지만, 지난 6월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끝내 논의되지 않으면서 다시 한 번 좌절됐다.
제판분리
2021년 상반기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제판분리’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제판분리란 ‘제작’과 ‘판매’의 분리(제판분리)를 의미하는 합성어인데, 기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로 이동시켜 본사는 상품·서비스 제조를, GA는 판매를 담당하는 영업형태를 말한다.
국내 보험사 중 가장 최초로 제판분리를 단행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다.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 현판식을 개최한 뒤 미래에셋생명의 기존 사업가형 지점장과 전속 설계사 3500여명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켰다.
미래에셋생명의 뒤를 이어 한화생명도 4월1일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1만9000여명과 본사 임직원 1300여명이 이동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총자본 6500억원, 매출액(지난해 한화생명 기준) 1조원으로 출범과 동시에 GA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게 됐다.
이외에도 현대해상을 비롯해 신한생명, 농협생명, 하나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등도 GA 자회사를 설립은 추진했거나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판분리가 모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아니다. 한화생명노조는 제판분리로 인해 보험설계사들의 근로환경 악화를 비롯해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판분리 열풍은 2021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설계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업권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조직 개편을 통한 효율화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며 “GA채널 운영을 통한 설계사 이탈을 막고, 영업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제판분리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설명헀다.
디지털·핀테크 공습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금융 환경이 빠르게 정착되면서 기존 비대면 금융의 강자 핀테크 업권이 본격적인 보험업권 진출을 선포했다. 보험사들도 핀테크의 공습에 맞서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6월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카카오손보의 보험업 진출은 큰 의미를 갖는다. 카카오손보는 핀테크 업권에서 처음으로 보험업에 정식으로 뛰어든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보험중개 플랫폼 형식으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카카오처럼 금융당국에 정식 라이센스를 받은 것은 아니다. 또한 카카오손해보험 예비허가는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최초로 통신판매전문보험사 예비허가를 받는 사례로도 기록됐다. 교보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각각 디지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캐롯손해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타 업권에서 디지털 보험사를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이와 함께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미국 시그나그룹도 한국에 디지털 손보사를 만들기로 했다. 외국계 회사가 국내 보험업계에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그나그룹은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예비허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험업권에 핀테크·외국계의 공습이 시작되면서 보험업계도 디지털 전환에 힘쓰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개인의 금융정보를 모아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맞춤형 정보·자산·신용관리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보험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과 접목, 보험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에 예비허가 신청를 받았거나 신청을 한 보험사는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5곳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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