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실종 10개월 만에…인권위 “사생활 공개는 인권침해” 

서해 공무원 실종 10개월 만에…인권위 “사생활 공개는 인권침해” 

기사승인 2021-07-08 13:51:47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서해상에서 실종·사망한 공무원 A씨의 사생활을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A씨가 실종·사망한 지 10개월 만이다.

인권위는 6일 “수사결과 발표 시 망인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 등을 보호함에 소홀했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해양경찰(해경) 측에 당시 사건을 수사한 수사정보국장과 형사과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 직원 직무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도 제안됐다. 

인권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내용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 내용 공개가 불가피한 경우라 하더라도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공개해야 한다. 사건관계인의 인격이나 사생활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해경의 발표가 부풀려졌다는 언급도 있었다. 인권위는 “발표한 채무 금액은 이후 수사에서 확인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도박 채무액의 경우 2배 이상 부풀려 발표되는 등 충분한 자료나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 발표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인 A씨는 지난해 9월21일 인천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실종됐다. 군은 이튿날인 같은달 22일 오후 3시30분 북한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A씨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북한군은 A씨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같은해 9월과 10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의 채무 금액과 구체적인 도박 횟수와 시기, 개인회생 신청 등의 사실을 공개했다. A씨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월북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에서다.

A씨의 유가족은 반발했다. 월북 여부와 관련이 없는 금융자료 등을 발표해 충격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해경 측에서 확실하지 않은 조사 결과를 발표해 피해를 입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가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권위에 따르면) 해경은 그동안 도박으로 인한 채무가 많아 정신공황이 와서 월북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신빙성을 잃게 됐다”며 “해경은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형 이래진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수사에는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댓글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마어마하게 공격 당했다”며 “상당한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무 중에 실종된 사람을 월북자로 매도했다”며 “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8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그는 이날 △책임자 처벌과 수사 이행 △명예회복과 정당한 권리 보장 △검찰 특수수사팀의 수사 진행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해경은 인권위 권고와 관련해 “해당 부서에서 검토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