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서 논의” vs “보고 없었다”... 청소노동자 필기시험, 윗선은 알았을까  

“회의서 논의” vs “보고 없었다”... 청소노동자 필기시험, 윗선은 알았을까  

기사승인 2021-07-19 15:22:04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이 학교의 갑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서울대학교 기숙사 청소노동자에게 필기시험을 치르게 한 것과 관련해 노동조합(노조)과 학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학교의 조직적 가해라고 비판했지만, 기숙사 관계자는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18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운영실무위원회 회의록을 조직적 가해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9시30분부터 10시45분까지 운영실무위원회 회의가 진행됐다. 공개된 회의록에는 ‘제2회 안전관리팀 업무회의’ 일시와 장소, 내용, 인원 등이 보고된 것으로 적혀있다. 내용은 ‘주요 미화 업무 논의’다. 

같은 달 16일 기숙사 운영실무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당일 보고된 ‘제3회 안전관리팀 업무회의’ 내용에는 ‘주요 미화 업무 논의 및 교육훈련(코로나 대응 등)’이 적혔다.

지난달 16일 기숙사 운영실무위원회 회의록.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제공. 
노조는 “운영실무위원회에서 관장과 부관장, 행정실장은 청소노동자 회의에서 진행될 사항들을 사전에 A 팀장으로부터 보고 받았다”며 “핵심 운영위원들은 청소노동자들에게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임을 주요업무보고로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필기시험 성적을 근무평가와 연계하려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9일 청소노동자들이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됐다. ‘제1회 미화 업무 필기고사’ PPT 화면에는 “점수는 근무성적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직장 내 괴롭힘을 조직적으로 시행한 주체는 서울대”라며 “거짓말에 대해 사과하고 유가족과 노조가 요청하는 공동조사단을 즉시 수용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의 이해식, 장철민, 이탄희 의원이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에서 오세정 총장 등 학교 관계자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숙사 관계자는 필기시험 실시 등을 미리 보고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최모 기숙사 행정실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상부에 (청소노동자 필기시험 등이) 보고된 일이 전혀 없다”며 “회의 시, 하나씩 꼼꼼하게 모두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필기시험 관련 내용 자체가 기록돼 있지 않다. 회의에 15명이 참여한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필기시험 성적을 근무평가에 반영하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화 업무를 보시는 시설관리직 선생님들에 대한 평가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시설관리직 간 단체협약이 이뤄져야 한다. 마음대로 시설관리직 선생님들을 평가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A 팀장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와 학내 인권센터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후에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였던 고(故) 이모(59·여)씨가 건물 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근경색에 의한 병사였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와 유가족은 건강하던 고인의 사망 이유로 과도한 업무와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청소노동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기숙사 개관연도와 각 건물 준공연도 등을 묻는 시험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학내 인권센터에 진상조사를 의뢰했다. 유가족과 노조는 학내 진상조사가 아닌 공동조사단 구성을 촉구 중이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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