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고가의 항암 면역치료제 가격이 환자의 ‘체중’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어 환자들이 불합리한 치료비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치료 1회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할 수도 있어 환자들이 다이어트를 고려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20일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암질환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항암 면역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논의도 밀리고 있다”면서 “게다가 약값이 체중을 기준으로 결정되다 보니 희귀암 환자들이 불합리한 치료비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그간 식도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마땅치 않았으나 지난 2018년 옵디보(니볼루맙)의 2차 치료제 승인과 최근 키투르다(펨브롤리주맙), 티센트릭(아테졸리주맙) 등 면역항암제의 표준치료제 및 병용요법을 통한 임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옵디보주는 1회 사용 시 약 600만원으로, 3주마다 회당 약값을 지불해야한다. 고가이다 보니 소량의 단위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어 허가 기준상 암환자의 체중을 계산해 투여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체중과 치료 상태를 고려해 적당량을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주(100mg), 옵디보주(100mg, 20mg 2개 품목), 티센트릭주(1200mg)와 같이 대용량 바이알로만 공급하다보니 사용 후 폐기하는 규모와 그 금액도 적지 않고, 환자들에게는 불합리한 치료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재미있는 것은 체중을 기준으로 약값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체중에 따라 어떤 환자는 1회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한다는 것”이라며 “물론 임상의 결과로 적정한 치료기준에 따라 투약양이 결정되리라 생각하지만 그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경우는 환자에게는 불합리한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정비해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비 부담을 줄이도록 선제적으로 정부와 제약사들은 노력을 기울인 후 약값에 대한 협상과 건보적용에 대한 논의를 해야하는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물론 이 문제가 녹녹치 않은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이중 일부를 제약사가 위험 분담제의 형태로 환자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지만 그래도 1회당 수백만원의 약값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하루 속히 제도를 정비하고 제약사들은 다양한 공급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지부진한 협상을 지켜보며 결론도 없는 암질환심의를 지켜보며 항암치료를 위해 다이어트까지 고려해야하는 웃픈 현실로부터 치료에만 전념해 건강을 회복해 암환자들에게 환한 미소가 되돌아오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또 김 대표는 제한적인 면역항암제 사용 기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식도암 환자들은 옵티보가 식약처로부터 치료제로 승인이 돼 희망을 안고 치료에 임하고 있지만, 요건이 충족된 제한적인 환자들에게만 수혜가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다른 면역항암제들이 식도암 등 새로운 적응증에 도전하려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척박한 식도암 항암치료 환경에서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폐암의 경우 비소세포암의 4기 환우들은 1차든 2차든 어차피 면역항암제를 거치게 돼 있어 2차 이상에서 이미 건보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면역항암제를 1차로 가져와 미리 쓰고 미리 건보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건보재정의 총량에 주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 1차에 대한 면역항암제 건보적용에 보건당국은 난색을 표명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희귀암은 치료옵션이 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비록 다수암종일 지라도 표준치료 옵션을 다 쓴 경우라면 희귀암의 경우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왜 이해당사자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납득할만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의학적 근거 부족, 의학적 타당성 부족, 의학적 대체 가능성을 이유로 약을 못쓰게 만드는가”라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건강보험급여 적용 중인’ 다른 질병 치료제를 사용해 수천명의 목숨을 구했다. 건보 적용 중인 약제를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질병에 대해 쓰는 걸 ‘임의비급여’라고 한다”면서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기준 치사율 2.4%의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부당비율’로 산입하는 수백차례의 임의비급여를 눈감아주고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에 건강보험까지 적용시켜줬다. 코로나19 환자들보다 더 급한 4기 환자들에 대해서는 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재정이 문제라면 굳이 암환자 산정 특례에 경직 될것이 아니라 일부 본인 부담을 비율을 조정하는 대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중증 암환자의 산정특례를 신약의 경우 그 비율을 다양하게 검토해 특례 범위를 적정하게 조정하고 선제적으로 치료의 접근성을 높여 환자의 치료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도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암질심의 구성원 중 가장 핵심적인 당자인 암환자가 구성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심의 위원구성원에 당사자인 암환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암질심의 운영을 재검토 해 암질환심의 과정에서 환자들이 의료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암환자들의 치료과정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 고통과 어려움을 전달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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