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부동산 분양 영업이 기승이다. 최근에는 친구와 지인 등을 끌어들이는 다단계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소개팅 앱 사용에 능한 2030 젊은층이다. 이들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해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등에 대한 분양 계약 체결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한 이들은 분양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다. 관련업계에서도 이런 영업 방식에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28일 제보자들에 따르면 20대 여성 A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친구 B에게 남성 C를 지난달 소개 받았다. 친구 B는 C를 ‘부모님의 친한 지인 아들이며 재테크로 성공한 오빠’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알게된 C는 A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골드테크노벨리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권유했다. A는 C를 믿고 00업체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C에 대한 소개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C는 부모님의 지인 아들이 아닌 친구 B와 소개팅 앱에서 만난 00업체 분양 직원이었다. A도 C의 권유로 동일한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자신을 소개해 준 것도 C의 요청때문이었다.
C는 자신에 대한 거짓 정보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설득 방법까지 친구 B에게 지시했다. 소개팅 앱 영업을 넘어 다단계 방식으로 진화한 것. A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다. A가 체결한 계약에도 문제는 드러났다. 중도금 대출이 100% 나온다는 C의 설명과 달리 은행에서 대출을 부결한 것.
A는 “친구가 어머니가 아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소개해서 경계감 없이 만났다”며 “돈을 벌게 해주겠다. 대출도 월세도 매매도 다 책임지고 해줄 테니 믿고 따라오라는 말에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온다던 중도금대출은 나오지 않았고 현재는 금전적 피해가 우려돼 전매를 요청한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과 관련 해당 업체 측은 “직원 개인의 영업방식으로 회사는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소개팅 영업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당 업체 이사는 “저희가 고객을 만들어 내는데 한계가 많다 보니 일부 직원이 소개팅 앱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는) 소개팅 앱을 통해 영업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먼저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났지만 모델하우스에 방문할 때는 물건에 대해 소개를 하고 데려오고 있다”며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물건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시키고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 개인의 사생활이며 개인의 영업방식이라 회사에서는 몰랐던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소개팅 앱 영업을 두고 다른 의견도 나온다. 00업체의 주장과 달리 ‘기망행위의 소지가 있다’는 것. 기망행위란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信義則)에 반해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실제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의 소개로 앞서 사례와 동일하게 골드테크노벨리 지식산업센터 분양계약을 체결한 또다른 피해자D는 최근 변호사 도움을 받아 체결한 계약을 취소했다.
D의 변호사는 해당 계약이 민법상의 ‘사기’와 ‘중요 사실에 관한 착오’를 원인으로 취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성이 좋은 관계로 발전해 갈 것처럼 행동하면서 남성의 신뢰를 얻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월세수익’과 ‘2배 이상의 양도차익’ 등 객관적 사실이 아니거나 실현 가능성도 없는 부분을 전달해 남성을 기망했다는 것.
또다른 변호사도 ‘해당 행위가 상대를 고의적으로 속였다’는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전체적인 계획에 따라 소개팅 앱에 접속한 다음 이성간 만남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분양계약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기망’ 요소가 있다”면서 “남성이 여성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정확한 판단을 못 하게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개팅 앱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계약을 유도하는 행위가 법적 문제를 넘어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판매 수법은 분양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수법”이라며 “누가 이런 방식을 정상적인 분양이라고 볼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의 테두리를 피해가도 결국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분양방식”이라며 “분양시장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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