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사이트·얼굴미공개…배드파더스 사라진 그 후는

모방사이트·얼굴미공개…배드파더스 사라진 그 후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 10월 활동 종료
이제 법률로 제재 이유..."빈자리 클 것" 우려 목소리

기사승인 2021-08-04 06:20:02
양육비 미지급.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배드파더스’가 오는 10월 활동을 종료한다. 온전한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법이 나오지 않아 배드파더스의 ‘빈자리’가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드파더스는 3년여의 활동을 마치고 오는 10월21일 사이트를 폐쇄한다. 사이트는 지난 2018년 7월 개설됐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얼굴과 이름, 직업 등을 공개했다. 당시 법으로는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었다. 신상이 공개된 부모들은 사진을 내려달라며 양육비를 보내기 시작했다. 3일 기준, 218명이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비 분쟁을 해결했다. 

법이 바뀌었다. 배드파더스를 포함, 양육비 해결단체 등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다. 정부에서 양육비 미이행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이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됐다. 감치(법원이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도) 명령을 받았음에도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의 출국금지, 명단공개, 운전면허 정지 등이 가능해졌다. 더 이상 민간에서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사이트를 폐쇄하는 이유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지난해 전국에서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양해연 제공 
일각에서는 배드파더스의 빈자리를 우려한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실질적 처벌이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감치 명령을 받고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그러나 직접적인 생계유지 목적으로 운전면허를 사용하는 경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출국금지 조건도 까다롭다. △양육비 채무가 5000만원인 사람 △양육비 채무가 3000만원 이상인 상태에서 최근 1년간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사람 등이다. 명단공개 실효성도 의문이다. 채무자의 성명, 나이 및 직업, 주소, 채무 불이행 기간 및 채무액만이 공개된다. 배드파더스와 달리 사진은 공개되지 않는다. 동명이인이 많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압박’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도윤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부대표는 “감치 명령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며 “양육비는 적기적시에 지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인이 돼서 1억을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가 학생일 때 필요한 비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늘구멍 같은 감치 명령을 받아내더라도 예외조항들이 발목을 잡는다”면서 “사진을 빼고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양육비 이행법 개정을 통해)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원상 복귀된 것 같다”며 “배드파더스마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구본창 대표가 운영하는 기존 배드파더스 사이트. 배드파더스 캡처. 
배드파더스의 모방 사이트도 걱정되는 일 중 하나다. 3일 기준, 포털사이트에 배드파더스를 검색하면 배드파더스 모방 사이트가 최상단에 검색된다. 배드파더스와 같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이름, 직업, 얼굴 등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지난해 2월 배드파더스 상표등록을 마쳤다.

사이트 운영자 A씨는 선의에 따라 비영리 목적으로 배드파더스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회비나 후원금을 일체 받지 않는다. A씨에 따르면 기존 배드파더스처럼 각종 서류와 양육비 판결문 등을 확인한 후 신상을 올리고 있다. A씨는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수백만원을 기부했다”면서 “기존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열악해 보여 사이트를 새롭게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비를 받지 못한 부모들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존 사이트는 되고 신생 사이트를 운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기존 배드파더스의 입장은 다르다. 모방사이트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향후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를 두고 법정싸움이 이어진다면 ‘방파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배드파더스 이름뿐만 아니라 사이트에 있는 내용도 무단으로 베껴 사용했다. 해당 사이트에 제보한 적 없는 내용이 게재됐었다”면서 “순수한 마음이었다면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것을 무단으로 도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배드파더스의 운영이 연장될 수는 없을까. 구 대표는 “정부가 명단 공개를 약속했다. 상당한 부작용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배드파더스를 연장할 수 없다”며 “양육비 해결단체와 함께 시행령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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