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윤석열 예비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간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지도부가 마련한 행사에 대거 불참하자 이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국회에서 ‘제20대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후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날부터 8일까지 휴가 일정으로 자리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4일 경선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쪽방촌 봉사활동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개인적인 약속 때문이었다. 윤 후보 캠프 측은 지난 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입당하기 전부터 잡혀있던 개인적인 약속 때문에 불참하게 됐다. 조정해보려 했으나 오래전부터 잡혀있던 약속이라 바꾸기 힘들어 부득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의 불참에 이 대표의 경선 버스가 출발 전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당장 다른 대선 주자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각자 개인플레이를 할 거면 입당을 왜 했나 의문”이라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그럴 거면 정작 당에는 왜 들어왔나. 원팀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위 높은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후보들이 당을 ‘개무시’하고 대표를 무시한다. 입당한다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없는데 오나”라고 일갈했다.
경선 관리를 해야 할 이 대표의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경선 흥행 구상에 윤 후보가 따라주지 않으면서 당대표로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4일 “일부 후보 캠프가 익명으로 각자 개인이 더 나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당 공식 일정에 참석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에서 마련한 첫 이벤트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일지 국민께서 의아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 사이의 묘한 냉기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후보의 ‘기습 입당’ 때도 감지됐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 대표는 당시 호남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이에 ‘빈집털이 입당’이라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며 ‘당대표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입당 일정을 일방적으로 바꿨기 때문에 이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고 했다. 그는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지방일정을 수행하는 것을 여의도 바닥에서는 사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일정을 재조정하면 되는 것인데 좀 의아하긴 했다.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이 대표는 앙금이 남은 모습이다. 이 대표는 2일 윤 후보 입당 환영행사에서 “경선 버스 탑승을 감사드린다”며 특별한 개인 소개 없이 인사만을 건넸다. 반면 같은 날 입당 환영식이 열린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에게는 “깊은 식견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분”라고 치켜세우며 온도 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경선 버스가 정권교체라는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내부 잡음이 생겨선 안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대선주자라면 당 대표와 함께 발맞춰 걷고 정권교체의 동력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후보는 지금 당의 결정과 반대로 가고 있다. 심지어 당 대표의 리더십에 내상을 입힌다는 것은 국민들을 넘어 국민의힘 당원들의 지지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지율 1위라면 더욱 겸손해야 한다. 지금 행태는 오만해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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