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된 김여정 ‘상왕정치’에…두 동강 난 민주당

또 시작된 김여정 ‘상왕정치’에…두 동강 난 민주당

지도부 “연기 불가” 고수..내분 조짐

기사승인 2021-08-07 06:00:03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북한 김여정의 말 한 마디가 여당을 흔들고 있다. 범여권 의원 74명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조건부 연기 성명을 강행했고, 당 지도부는 이에 맞섰다. 여당 내 분란이 격화할 조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에서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 제안을 일축했다. 이번 훈련은 대규모 야외 기동 병력이 동원되지 않고, 전시작전권 회수를 위한 절차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방어적 훈련이며 북한을 설득해야 할 문제”라며 “한·미 간 신뢰를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해당 발언은 설훈·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74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5일 한미연합훈련 조건부 연기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김여정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지 나흘만이다. 김여정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 간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 직후 여당 내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부 의원이 당 지도부 의견을 정면에서 거스른 탓이다. 훈련 고수파와 연기파 간 찬반갈등이 팽팽해진 형국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도 연기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지난 4일 민주당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올림픽으로 따지면 이미 예선 경기가 시작된 건데 어떻게 본선 경기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겠냐”며 “가뜩이나 당이 안보와 한미동맹에 취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런 약점만 부각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당밖에서는 여당이 ‘김여정 하명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여정 발언이 대한민국 국무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해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에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촉구했다. 통일부는 4시간여 만에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했고, 민주당은 전단금지법을 처리했다. 

김여정의 담화 여파로 한국 정부 장관들이 교체된 사례도 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6월 김여정의 예고대로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이튿날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월 교체됐다. ‘김여정 데스노트’에 이름이 오른 지 한 달 만이다. 

상황을 주시하던 국민의힘도 비판을 쏟아냈다. 여당이 지나치게 북측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이 정권은 북한만 엮이면 이성을 잃는다. 전작권 환수도, 한미동맹도 버려두고 김여정에 목매는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라며 “침묵하는 대통령께서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같은 날 “김여정의 하명에 따라 떼로 몰려다니는 국회의원들이나, 훈련 여부를 알아서 정하라는 식으로 떠넘기는 국군 통수권자나 도긴개긴”이라며 “군기는 엉망이고 국가안보는 무너진 참담한 상황이다. 훈련을 연기하면 대체 무엇을 얻게 되는지, 왜 연기를 주장하는가”라고 일갈했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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