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이 불맛이라면, 경단녀 취준은 핵불맛”

“취준이 불맛이라면, 경단녀 취준은 핵불맛”

[여성노동 망테크]③ 경력단절→독박 가사노동·육아→“취준 틈 없어”

기사승인 2021-08-08 07:00:13
<편집자주>여성 노동자의 낙오가 가속화하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성차별적 노동시장의 고질병들이 두드러지면서다. 성별 직종분리는 임금격차를 심화시켰다.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야기했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수렴됐다. 일하는 여성들이 휘말리게 되는 ‘망테크’(망하는 길)를 따라가 봤다.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 ‘여초’업계 저평가
[여성노동 망테크]① 성별 따라 직종분리→임금격차

경력단절의 서막 “남편이 나보다 많이 버니까”
[여성노동 망테크]② 성별임금격차→경력단절 양산

“취준이 불맛이라면, 경단녀 취준은 핵불맛”
[여성노동 망테크]③ 경력단절→독박 가사노동·육아→“취준 틈 없어”

“경력·자격 불문, 선택지는 캐셔·돌봄노동·방문교사뿐”
[여성노동 망테크]④ 비정규직 일색·경력 무시→재취업 일자리 ‘질적 하락’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취준(취업준비)은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이죠.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을 쌓은 사람이 합격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잖아요. 그런데 재취준은 나라가 아니라 지구촌을 구한 사람도 성공하기 어려워요. 그냥 취준이 불맛이면, 경력단절 이후 재취준은 핵불맛이에요.”

독박 가사노동과 열악한 공보육이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가로막는다. 사회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윤 모씨는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 준비 과정을 ‘핵불맛’에 비유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맵고 쓴 경험이었다는 의미다. 윤씨는 자격증 취득, 교육수료,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준비 등에 몰두할 수 없었다.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집중력과 체력이 분산됐다. 개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친정에 첫째 아이를 맡기고, 둘째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고용한 적도 있다. 하지만 친정과 베이비시터에게 매달 10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했다. 윤씨는 결국 개인 시간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가사노동이 조별과제라면, 우리나라 가정 대부분은 F학점이다. 조장을 맡은 여성 배우자가 모든 과제를 도맡아 해결한다.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시 성인지 통계:서울시민의 일·생활균형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15세 이상 여성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의 3배에 달했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26분, 남성은 41분으로 1시간45분 차이 났다. 50분 분량 인터넷 강의를 2회 보고 5분 쉴 수 있는 시간이다. 맞벌이 부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하루 가사노동시간은 2시간1분, 남성은 38분으로 파악됐다. 똑같이 일을 해도, 아내가 확보하는 개인 시간은 남편보다 1시간23분 짧다는 의미다.

가장 고난도 과제로 꼽히는 육아는 도움받을 곳을 찾기 어렵다. 보육은 ‘가정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할 분야로 여겨질 정도로 공공보육 인프라가 열악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기준 전국에 4958개소로, 전체 어린이집 3만5352개소의 14% 수준이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실시하는 돌봄교실은 오후 5시에 종료됐다. 직장인 대다수는 ‘칼퇴근’을 가정해도 오후 6시에 일터를 나설 수 있다. 이에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운영시간 연장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전체 돌봄교실 1만4278실 가운데 오후 5시 이후에도 운영된 곳은 1581실(11.1%)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등돌봄교실을 오후 7시까지 운영하겠다며 뒤늦게 개선에 나섰다.

해외의 상황은 다르다. OECD가 집계한 회원국의 남녀 가사노동 시간차는 핀란드 1시간19분(2010년), 캐나다 1시간16분(2015년), 스웨덴 49분(2010년) 등이다. 우리나라의 가사노동 분담 수준은 핀란드와 스웨덴보다 10여년 이상 뒤처진 셈이다. 특히 스웨덴은 1~12세 아동에게 공교육을 실시한다. 의무교육은 7세부터 시작되지만, 그보다 앞선 시기에도 ‘푀르스콜라’에 아이를 보낼 수 있다. 푀르스콜라는 우리나라의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연중 주 5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운영된다. 자녀를 둔 기혼 여성도 얼마든지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애당초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환경이다.

핵불맛 재취준을 견디고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도 행복한 결말에 도달하지 못했다. 재취업 여성은 경력단절 이전 상상도 못했던 괄시를 경험하는데… [여성노동 망테크]④에서 계속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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