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플래닛’은 글로벌 여성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중·일 문화권에서 온 참가자 99명이 경쟁해 최종 9명이 데뷔 티켓을 얻는다. 데뷔 멤버는 시청자 투표로 가려지며, 한국 지역 투표와 그 외 글로벌 지역 투표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Mnet은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에서 투표를 진행해 제작진의 결과 조작을 차단하기로 했다.
첫 회는 참가자 99명이 조를 이뤄 마스터(심사위원)들에게 실력을 평가받는 과정을 보여줬다. 각 조에서 ‘톱9’으로 선정된 참가자는 다음 경연에서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오를 조원을 뽑을 수 있다. 안정민·서영은·카와구치 유리나·노나카 샤나·션사오팅·푸야닝 등이 톱9 후보로 올랐다. 말미에는 데뷔 7년 차인 아이돌 그룹 CLC 멤버 최유진이 등장했는데, ‘잠시 후 계속됩니다’라는 자막 후에 계속된 건 역시나 다음 회 예고뿐이었다.
■ 볼까
‘프듀’ 시리즈를 좋아한 시청자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투표 조작 우려를 외부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떨쳐내고, Mnet ‘아이돌학교’에서 논란이 된 숙소와 식단, 참가자의 건강 문제를 개선·보완하는 등 ‘프듀 업그레이드 버전’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이 프로그램 안팎에서 읽힌다. 첫 회에서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참가자가 생겼다면 방송을 지켜볼 수밖에. 프로그램이 부추기는 경쟁이 잔혹할수록, 그 안에서 내가 응원하는 참가자를 살려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지는 법이다. 한 마디로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전략인데…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 말까
수가 너무 빤히 보인다. 의미 없는 의미부여(“여러분은 연결되었습니다”), 마스터들의 준엄한 꾸짖음(“재롱잔치 보는 것 같았어요”), 참가자 간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최유진 참가자에게 직접 한 마디 한다면?”)까지 Mnet 오디션에서 수도 없이 봐온 장면들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촬영 도중 쉬는 시간에 잠든 참가자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을 귀여워할 게 아니라 촬영 시간을 단축해야 하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 “당신은 누구의 꿈을 지키시겠습니까”라는 참가자들 인사말은, ‘당신이 없다면 누군가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와 섬뜩하다. 편집이 캐릭터를 만들고 시청자가 탈락자를 결정하는 시스템 안에서, 참가자들은 여전히 ‘을 중의 을’이다. 이 선명한 권력관계를 지켜보기 어렵다면, 애틋한 참가자가 생기기 전에 서둘러 하차하시라.
wild37@kukinews.com / 사진=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