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플래닛999’, 점찍고 돌아온 ‘프로듀스101’ [볼까말까]

‘걸스플래닛999’, 점찍고 돌아온 ‘프로듀스101’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8-07 07:00:03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 지난 6일 막을 올린 Mne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이하 걸스플래닛)은 투표 조작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폐지된 Mnet ‘프로듀스101’(이하 프듀) 시리즈를 빼다 박았다. 경연 방식부터 편집 스타일, 심지어 촬영장마저 유사하다. 때마침 피해 연습생들과 보상 합의를 완료한 Mnet이 사실상 ‘프듀’ 리부트를 선언했다는 인상이 짙다.

‘걸스플래닛’은 글로벌 여성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한·중·일 문화권에서 온 참가자 99명이 경쟁해 최종 9명이 데뷔 티켓을 얻는다. 데뷔 멤버는 시청자 투표로 가려지며, 한국 지역 투표와 그 외 글로벌 지역 투표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Mnet은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에서 투표를 진행해 제작진의 결과 조작을 차단하기로 했다.

첫 회는 참가자 99명이 조를 이뤄 마스터(심사위원)들에게 실력을 평가받는 과정을 보여줬다. 각 조에서 ‘톱9’으로 선정된 참가자는 다음 경연에서 자신과 함께 무대에 오를 조원을 뽑을 수 있다. 안정민·서영은·카와구치 유리나·노나카 샤나·션사오팅·푸야닝 등이 톱9 후보로 올랐다. 말미에는 데뷔 7년 차인 아이돌 그룹 CLC 멤버 최유진이 등장했는데, ‘잠시 후 계속됩니다’라는 자막 후에 계속된 건 역시나 다음 회 예고뿐이었다.

■ 볼까

‘프듀’ 시리즈를 좋아한 시청자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투표 조작 우려를 외부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떨쳐내고, Mnet ‘아이돌학교’에서 논란이 된 숙소와 식단, 참가자의 건강 문제를 개선·보완하는 등 ‘프듀 업그레이드 버전’을 완성하겠다는 야심이 프로그램 안팎에서 읽힌다. 첫 회에서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참가자가 생겼다면 방송을 지켜볼 수밖에. 프로그램이 부추기는 경쟁이 잔혹할수록, 그 안에서 내가 응원하는 참가자를 살려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지는 법이다. 한 마디로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전략인데…정말 이래도 괜찮은 걸까.

■ 말까

수가 너무 빤히 보인다. 의미 없는 의미부여(“여러분은 연결되었습니다”), 마스터들의 준엄한 꾸짖음(“재롱잔치 보는 것 같았어요”), 참가자 간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최유진 참가자에게 직접 한 마디 한다면?”)까지 Mnet 오디션에서 수도 없이 봐온 장면들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촬영 도중 쉬는 시간에 잠든 참가자들을 보고 있으면, 이들을 귀여워할 게 아니라 촬영 시간을 단축해야 하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 “당신은 누구의 꿈을 지키시겠습니까”라는 참가자들 인사말은, ‘당신이 없다면 누군가의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다가와 섬뜩하다. 편집이 캐릭터를 만들고 시청자가 탈락자를 결정하는 시스템 안에서, 참가자들은 여전히 ‘을 중의 을’이다. 이 선명한 권력관계를 지켜보기 어렵다면, 애틋한 참가자가 생기기 전에 서둘러 하차하시라.

wild37@kukinews.com / 사진=Mnet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방송화면.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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