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와 신념(信念)의 힘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와 신념(信念)의 힘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8-09 11:31:08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역사적으로 인류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무수히 많은 독재자가 있었다.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 이탈리아 파시스트 당수 메니토 무솔리니(Benito Mussolini, 1883~1945) 등이 그 예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도 가상의 제3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독재정치 상황 하에서, 한 명의 ‘신념’에 찬 영웅과 그를 따르는 영국 국민들이 독재상황을 타도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통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부정을 긍정으로 바꿔주는 열쇠’가 되는 ‘신념’이라는 삶의 원칙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신념은 기적을 낳고 훈련은 명인(名人)을 만든다고 한다. 세상에는 기적에 가까운 일들이 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초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바티칸 궁전에서 예술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인류의 심판의 대벽화와 천정화가 그 예이다. 그것은 대천재의 대작품이다. 놀라운 업적, 위대한 창조의 근저에는 커다란 신념의 힘이 존재한다. 신념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위대한 힘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놀라운 힘이다.(안병욱, '희망의 철학', 서울 : 아카데미, 1976, p.109.). 이 영화도 ‘사람들이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어가는’ ‘신념’에 대한 영화이다. 합리적이며 도덕적인 신념을 가진 ‘V’(파시즘에 대항하는 방식이 테러를 통한 복수라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와 비합리적이며 비도덕적인 신념을 가진 ‘셔틀러’의 대립을 보여준다. 중요한 사실은 영웅주의만이 아니라 밑바탕에는 국민이 있다는데 있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서양사 최초의 해답은 소크라테스에게서 볼 수 있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소크라테스는 이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 사실은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관들이 ‘철학’을 포기하면 석방해 주겠다고 회유했으나, “지혜를 사랑하고 덕을 추구하며 이를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는 도덕철학적 활동은 신이 내린 명령이므로,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릇된(또는 부정의한) 일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을 것이며, 복종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이정선, '세상을 보는 눈', 이슈투데이, 2010, p.231.)라고 말함으로써, 법원의 결정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비록 법이 잘못 되었어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정되지 않는 한 일단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이처럼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신념을 위해 생명을 바치기가 쉽지 않다. 오늘날까지 그가 위대한 인물로 추앙 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념(信念, belief)이란 자신의 관습, 관념, 습관적 생각, 관찰, 경험, 후천적 교육 등에 의하여 형성된 믿음으로, ‘어떤 것에 대해 옳다고 굳게 믿는 마음’을 뜻한다. 신념은 육체의 장애와 역경과 한계를 극복하게 만든다. 신념은 죽음마저도 뛰어넘게 하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나아가 신념은 기적을 만든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의 오래된 독서 노트(1979. 1.30.)에 간직되어 있는 C. M. 브리스톨의 '信念의 魔力' 속의 글은, 잠재의식 속에 담겨 있는 信念의 힘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게(蟹)는 다리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사람도 잃어버린 다리가 또 생기지 않을 리 없다. 自己 自身의 마음속에서 그런 것은 不可能이라고 제쳐 버리기 때문이며, 그런 마음을 떼어버리면 다리의 재생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셔틀러’는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빠지게 한다. 그렇지만 ‘V’는 올바른 신념으로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 마찬가지로 ‘옳은 일이 아니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월리엄 윌버포스의 신념은 영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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