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가을 전세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전세값 상승세가 금리 인상에 따라 둔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슬그머니 나오는 상황. 다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상승에도 전세값 상승세의 둔화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8월 첫째 주(2일 기준) 0.28% 올랐다. 이는 전주와 동일한 수준으로, 2015년 4월 셋째 주(0.30%)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0.16%에서 0,17%로 커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8월 첫째 주 수준(0.17%)까지 올라갔다.
전세값이 고공행진하자 곳곳에서 전셋값 마련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한 청원자는 “3억원짜리 전세가 내년에 5억5000만원이 된다고 한다”며 “아무리 노력을 하고 머리를 짜내서 궁리를 해도 2억5000만원이 나올 구멍은 없다. 답도 없고, 해결책도 없고, 희망도 없는 문제를 두고 부부가 거의 매일 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여름이 이사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을 이사철에 전세값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34% 가까이 급감한다는 점은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리인상론이 제기되자 전세값 상승세가 한 풀 꺽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금리가 올라가면 전세값의 기대 이자수익률이 올라가 전세값의 자연스러운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리인상으로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가 올라가면 전세 수요가 줄어 전세값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둥의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금리인상만을 두고 전세시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상으로) 시장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며 “금리 부담 때문에 집을 사는 자가 이전 수요가 떨어지면 임대차에 머무는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입장에서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함 랩장은 당분간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상반기 보다 하반기 입주량이 늘어나지만 평년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입주가 부족한 지역들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저금리에 따른 월세화, 집주인의 세부담 전가, 분양을 위한 2년 무주택 거주요권 등을 전셋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금리인상 마저 전세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세대책은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신축 매입약정 체결 건수는 4300호로 정부가 세운 상반기 공급 목표치 7000호의 61.4%, 공공전세 주택은 약정 계약 건수가 1600호로 목표치(3000호)의 5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이를 두고 “정부는 올 하반기 공공전세와 신축 매입약정으로 전국 2만호, 서울 8000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는 상반기 목표량의 2배에 달하는 물량”이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에는 더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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