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여야 대선주자들의 ‘감성 정치’ 경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비전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대신 이미지 연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선주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심금을 자극해 표심을 얻고, 취약한 이미지를 보완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 대선주자들은 애처가 면모를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배우자 사진과 함께 애정 섞인 글을 동원했다. 가족적인 이미지를 부각해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가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혜경의 남편,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아내 김혜경씨와 손을 잡고 걷는 사진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아내 없이 국민 삶을 바꾸겠다는 큰 도전에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행보는 혜경궁 김씨 논란·형수 욕설 녹취록 공개·김부선씨 스캔들 등 잇단 악재를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애처가 면모를 강조해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엄중낙연’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는 지난 6월부터 인스타그램에 ‘숙희씨의 일기장’을 연재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배우자인 김숙희씨의 관점에서 쓴 그림일기 형식의 콘텐츠다. 이 전 대표와 김씨 간 연애담, 결혼식 장면 등이 담겼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가세했다. 그는 아내 최혜경씨와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정 전 총리는 “처음 만났을 때의 혜경씨를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고 덧붙였다.
야권 대선후보들도 이미지 쇄신에 힘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 지난 6일에는 반려견 토리와 침대에 누워있는 이른바 ‘남친짤’을 공개했다. 검사 출신의 강경한 이미지를 벗고 소탈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감성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1일 처음 SNS를 시작했다. ‘난생처음’, ‘아들 찬스’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사진을 올렸다.
최 후보의 큰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친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했다. 주로 중년남성의 모습을 부각한 사진이다. 최 후보가 컵라면 뚜껑을 접시 삼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나 손자들과 놀아주는 모습, 지인과 탁구를 치는 영상 등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판이 지나치게 ‘이미지 정치’로 흐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대신 대중들의 호감도 높이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유용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SNS 소통을 대선주자가 직접 하는지 남을 시켜서 하는 지가 중요하다. 직접 계정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유권자를 납득시킬만한 선명한 정책부터 먼저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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