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에 노메달 음주운전까지… 프로야구, 최악의 위기 맞나

술판에 노메달 음주운전까지… 프로야구, 최악의 위기 맞나

전반기 직전 음주파동 이어 올림픽에선 ‘노 메달’
리그 재개 하루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 송우현은 음주 운전
야구팬들, 연달아 터지는 논란에 등 돌려

기사승인 2021-08-09 18:01:52
텅 비어있는 잠실 야구장.   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군림해오던 프로야구가 연이은 사건·사고로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2020 도쿄 올림픽’ 휴식기로 중단됐던 KBO리그가 오는 10일부터 전국 5개 구장에서 재개된다. 하지만 다시 시작되는 KBO리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시작은 음주 파동이었다.

지난 7월 9일 NC 다이노스에서 처음으로 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곧이어 NC에서 추가 확진 선수가 1명 더 나왔고 두산 베어스에서도 2명의 선수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KBO 출범 후 최초로 리그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확진된 NC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외부인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선수들은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도쿄 올림픽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박민우는 대표팀에서 하차했고 4명의 선수들은 모두 72경기 출전 정지와 1000만원 벌금의 징계를 받아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에서도 원정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진 선수들이 나왔다. 키움 한현희와 안우진, 한화 주현상과 윤대경도 징계를 받았다. 한현희 역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패배한 뒤 좌절하는 야구대표팀.   연합뉴스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맞이한 ‘2020 도쿄 올림픽’. 성난 팬심을 누그러뜨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오히려 불타오르는 팬들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었다. 

조별 예선에서 2위로 통과했지만 미국,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연달아 패배하면서 6개 팀 중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과정도 참담했다. 대회 도중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 선발과 용병술로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준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김경문 감독이 “금메달을 못 딴 것은 아쉽지 않다”고 발언하면서 공분을 샀다. 강백호는 동메달 결정전 도중 더그아웃 펜스에 몸을 기댄 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태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송우현.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반기 출발을 하루 앞둔 9일에는 키움 송우현의 음주운전 적발이 공개됐다.

키움은 9일 “송우현이 8일 오후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면서 “즉시 KBO에 구두 보고했고, 해당 선수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규약에 따라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우현은 지난 8일 훈련 이후 지인과 술자리를 가지고 이동하는 상황에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고 당시 차량에는 송우현 혼자만 타고 있었으며 송우현이 혈중알콜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악재에 팬들이 등을 돌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프로야구의 인기는 점점 시들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을 기록했던 KBO리그는 이듬해 807만 명, 그리고 2019년에는 728만 명으로 입장 관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대중적인 관심도가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여기에 논란들이 지속해서 터지자 팬들은 이제 등을 돌리고 있다. 프로야구는 이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키움팬 A씨는 “속이 탄다. 예전부터 우리 팀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그래도 성적이 나오니깐 응원을 했다”라며 “이젠 내가 키움팬이라는 게 부끄럽다. 집에 있는 유니폼들을 버리고 싶다”라고 비판했다.

30대 야구팬 B씨도 “점점 야구 인기가 식어드는 게 느껴진다. 주위에서 야구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야구는 더 이상 한국의 메인스포츠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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