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입추매직’ 존재할까…기후위기에 뜨거워진 한반도 

2050년 ‘입추매직’ 존재할까…기후위기에 뜨거워진 한반도 

기사승인 2021-08-12 05:50:01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6월2일 오후 서울 뚝섬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한반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24절기’의 존재감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은 ‘입추(立秋)’였다. 과거 계절을 나누는 기준이었던 24절기 중 13번째 절기다.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고 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더위가 물러가길 바라며 ‘입추매직’을 기대했다. 입추가 지나면 마법처럼 시원해진다는 뜻이다.  

이번 여름, 입추매직은 이뤄졌을까. 무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7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2.3도였다. 대구는 37도에 육박했다. 다만 최저기온은 전날에 비해 내려갔다. 서울은 23.4도, 대구 23.1도다. 각각 전날보다 2.6도, 1.9도 기온이 낮아졌다. 

지난 5년간 입추 전후 서울과 대구의 기온을 살펴봤다. 기온이 더 오르거나 이후에도 무더위가 계속 지속되는 연도도 있었다. 입추였던 지난해 8월7일 서울의 평균 기온은 24.3도였다. 이날 이후 평균기온은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해 8월25일 평균 기온은 29.9도를 기록했다. 2019년 8월8일(입추) 대구의 평균 기온은 28.7도였다. 최고기온은 36.1도까지 올라갔다. 이후에도 최고기온 33도 이상의 무더위가 연일 이어졌다. 기록적 폭염이었던 2018년, 서울은 입추 이후로도 2주가량 최고기온 32도 이상의 더위를 견뎌야 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기온과 과거 30년(1912~1940년) 평균기온 모두 입추 때 가장 높았다. 입추는 가을 절기로 분류되지만 과거에도 계절과 맞지 않았다. 24절기는 중국 화북지방에서 고안됐다. 조선시대 세종은 이를 우리나라 기후와 실정에 맞게 보완했다. 가을 농사에 대비하는 시기라고 보는 게 좀 더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6월2일 오후 서울 뚝섬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쿠키뉴스 DB
문제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입추의 평균 기온이 점차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1912~1940년까지 과거 30년간 입추의 평균 기온은 25.8도였다. 그러나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간 평균기온은 26.7도로 상승했다. 과거 30년간 입추와 비교하면 시작일이 12일 늦어졌다.
  
다른 절기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기상청이 지난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 이상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4절기  과거보다 기온이 0.3~4.1도까지 올랐다. 특히 겨울과 봄의 기온 상승 폭이 높았다. 가장 추운 절기인 ‘대한(大寒)’과 ‘소한(小寒)’은 영상 기온으로 기록됐다.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는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 8일 당겨졌다. 과거 30년간 경칩의 평균 기온은 3.3도였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평균기온은 5.4도로 훌쩍 올랐다.
  
최다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주무관은 “미래 중반기(2041~2060년)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하면 평균 기온이 3.3도 올라간다. 감축하는 시나리오에서도 1.8도 상승한다”며 “24절기에 대한 미래분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과거 통계로 비춰볼 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21세기 중반 서울 기준, 온실가스가 감축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여름은 142일간 지속된다”며 “겨울은 82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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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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