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준다고 '찐 행복' 할까…청년 공약에 ‘청년’ 빠졌다

현금 준다고 '찐 행복' 할까…청년 공약에 ‘청년’ 빠졌다

與野 대선후보들 '현금 살포' 공약 남발
"청년 일자리 창출 위한 구상 밝혀야"

기사승인 2021-08-14 06:00:12
픽사베이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청년에게 ‘진짜’ 희망을 주기 위함인가, 이들의 표심만 노린 희망 고문인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겨냥한 대선주자들의 현금지원 경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미래 비전 없는 ‘표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약을 세부방안 없이 남발하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는 지난 5일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청년기본소득이다. 오는 2023년부터 국민 19~29세 청년한테 연간 100만 원씩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현금지원 공약을 내놓은 건 이 지사뿐만이 아니다. 10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약속한 주자들도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는 ‘군 장병 사회출발자금’을 제시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도 마찬가지다. 정 전 총리는 정부가 모든 신생아에게 저축 계좌를 만들어주고 만 20세가 되면 1억 원을 주는 ‘미래씨앗통장’ 제도를 발표했다. 김두관 의원은 ‘신생아 기본자산제’를 내걸었다. 모든 신생아 몫으로 3000만 원을 공공기관에 신탁한 뒤, 만 20세가 되는 해에 6000만 원 이상 자산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청년교육카드 형식으로 △대학 등록금 △직업교육훈련비 △창업·창직 준비금으로 쓸 수 있는 2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도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택자금 1억 원 한도 무이자 융자를 약속했다.

문제는 해당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0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 3000억 원이다. 국민 1명이 갚아야 할 빚은 1635만 원에 달한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제도지만, 구체적인 재원 확보방안은 미비하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표심을 의식한 현금 퍼주기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미래의 빚’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결국 청년에게 줄 돈을 청년 주머니에서 뺏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년층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선심성 현금 지원보다 미래 비전있는 공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25·여)씨는 “청년들이 필요한 건 돈 몇 푼이 아니라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책”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박모(25)씨는 “청년을 진짜 위하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며 “대선후보들이 실현 가능성 있는 정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윤희숙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지난 6일 “어느 당이 먼저 망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를 망하게 할 당은 ‘나랏돈 물 쓰듯 쓰기 대회’를 열고 있는 민주당”이라고 일갈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1일 “나랏돈 쓰기 대회에 나가면 이재명·이낙연·정세균 후보가 금·은·동을 휩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현금성 복지 정책이 전형적인 표퓰리즘이라고 우려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표심을 위한 현금 살포 공약은 청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원을 마련할 방안도 분명치 않은 데다 국가 재정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장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청년들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게 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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