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부적절한 대선 행보로 비판받을 위기에 직면했다. 제주지사직 중도 사퇴에 이어 윤석열 예비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갈등까지 불붙이면서다.
제주는 오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방역수칙 위반 행위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앞으로 2주간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이 2명 이하로 제한된다.
원 전 지사도 코로나19 확산을 둘러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지난 11일 퇴임식에서 “많은 국민께서 무너진 공정과 벼랑 끝 생존 위기에 분노하고 있다. 제주도민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조기 사퇴에 대한 여론은 싸늘했다. 원 전 지사가 대권 도전에 눈이 멀어 책임감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통해 “원 지사의 대권 행보로 인해 도정 공백이 우려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로써 ‘도정에 전념하겠다’거나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던 원 지사의 말은 공수표로 남게 됐다”고 날을 세웠다.
도당은 “코로나19 대응과 제주4.3특별법 개정 후속 조치, 제2공항 갈등 해소, 제주특별법 개정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해 원 전 지사는 도민 앞에 사죄하고, 제주 발전을 위한 역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전 지사 페이스북에도 “도민과 도정에 무책임하고, 출마 자체에 의미를 두는 대권 도전이 실망스럽다”, “지지율도 안 나오는데 대선 나간다고 지사직을 팽개쳤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당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지사는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제가) 방송 전에 원 전 지사와 통화를 했다”라며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는 “보탠 것도 없고 뺀 것도 없다”며 “김재원 최고위원이 오늘 아침 전화해서 ‘이준석 대표로부터 윤석열이 금방 정리된다는 워딩을 직접 들었다고 기사가 났던데 사실이냐’ 하길래 ‘사실이다,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지사는 윤 후보 측의 ‘당 행사 보이콧 제안’을 폭로하며 갈등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11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 측 한 중진 의원으로부터 지난 4일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주최한 봉사활동에 불참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원 전 지사는 “‘봉사활동 행사에 안 가면 안 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저는 이미 (행사) 공지를 받고 가겠다고 했다. 지금 와서 불참한다는 게 왜 그래야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당 행사 보이콧 제안을) 제가 거절한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지도부 패싱’ 논란을 두고 연일 신경전을 벌였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예비후보 간담회에 휴가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4일에는 이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함께한 쪽방촌 봉사활동에 개인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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