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결국 국민의힘과 등졌다. 야권 대선판이 흔들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양측의 부족한 정치력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대표는 지난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 통합을 위한 노력이 멈추게 되었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합당 번복 결정에는 당장 실익이 떨어지는 점, 미비한 국민의힘 내 지지율 등 현실적인 고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대표와의 앙금이 결정적 걸림돌로 언급된다.
문제는 안 대표가 ‘제3지대 독자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그는 “저와 국민의당,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꿋꿋이 해나가겠다”며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독자출마를 암시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 불안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안 대표의 야권 지분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주요 선거에서 ‘캐스팅보터(결정 투표자)’ 역할을 해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선 후보 지지도 2~5% 사이를 기록했다. 여야 박빙의 대선판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야권 전반의 의견이다.
야권 단일 후보 그림을 조기 완성하려 했던 계획도 안개 속으로 빠졌다.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 ‘반문 빅텐트’로 정권교체의 중심이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성립 가능성이 생기면서, 해당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번 협상 결렬로 선거 막판까지 불확실성을 안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열은 공멸”이라며 “감정 싸움할 때가 아니고 소탐대실하면 역사가 용서 안 할 것”이라고 합당 결렬을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바라온 많은 분들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실망감이 크다. 안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한 합당 약속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대선 불출마 약속도 번복해야 한다. 국민의당 재정 상황도 한계로 꼽힌다. 안 대표가 대선 레이스에서 짊어져야 할 문제점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균철 국민의당 경기도당위원장과 주이삭 서대문구의원 등 당원 24명은 안 대표의 합당 번복을 비판하며 탈당했다. 주 구의원은 창당 때 내세운 ‘언행일치’ 슬로건을 언급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지난 몇 개월, 국민적 열망을 실현하는 중도정당의 모습보단 정쟁과 정치 공학적인 것에만 몰두했다”며 “더는 우리 당의 초심을 잃은 모습과 비상식적인 판단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기 괴롭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
양측의 정치력 부재가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합당 협상 과정은) 두 사람이 정치력 부재를 경쟁적으로 고백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내년) 3·9 대선의 승부가 불과 몇% 차이로 날 것을 예상한다면 안철수가 얻을 몇%도 안 되는 지지율 때문에 후보 단일화하자고 다시 매달려야 하는 식상한 장면들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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