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제작인 만큼 일정은 여유롭지만 시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은 알 수 없다.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지금까지 경험한 것과 다른 환경은 낯설게 다가왔다. 8부작이라는 짧은 분량도 새로웠다. “처음엔 아쉬웠지만 오히려 할 이야기만 하게 돼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다”며 소회를 밝히던 송지효는 이내 자신이 맡았던 마녀 희라 이야기가 나오자 들뜬 모습을 보였다. 캐릭터 구축에 고민이 많았다는 대답도 함께 돌아왔다.
“마녀는 동양보단 서양에 가깝잖아요. 그래서 마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됐어요. 틀 안에 갇혀 고민하다 보니 이수현 감독님이 ‘희라는 인간 세상에서 공존해왔으니 너무 마녀 같지도, 너무 인간 같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을 들으니 제 고민이 바로 사라졌어요. 감독님들이 저를 잘 잡아주신 덕에 작품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생소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고민 많던 송지효를 잡아준 건 연출을 맡은 소재현, 이수현 감독과 동명의 원작 소설이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소설을 완독한 그는 캐릭터 이해부터 반전이 무엇인지를 미리 알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외 부분은 감독들과의 논의로 채웠다. 두 감독이 일러준 디테일을 챙기고, 스태프들이 고안한 스타일링을 통해 송지효는 ‘마녀식당’의 희라로 거듭났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주위의 공으로 돌렸다.
“저는 희라가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연을 듣고 소울 푸드를 만드는데, 그걸 너무 친절하지는 않게 설명해주는 인물이거든요. 과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그 이후는 스태프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감독님은 눈동자 색깔까지 신경 써주셨고, 스타일링 팀은 제 손톱 색깔까지 고민해줬죠. 인간일 때, 마녀가 되어갈 때, 마녀가 된 현재까지 세 가지 모습을 표현해야 했는데, 색감부터 손톱과 머리색, 신발, 옷에 달린 액세서리까지 스태프분들이 생각해주신 덕에 마녀 희라가 완성될 수 있었어요.”
송지효와 현장 스태프들이 뭉쳐 희라를 만들었다면, 그다음은 기술 스태프의 몫이었다. 마녀라는 판타지 요소를 구현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한 후반 작업은 필수였다. 이 역시도 처음으로 경험해본 송지효는 “상상력이 절로 키워졌다”고 돌아봤다. ‘마녀식당’을 통해 쌓은 경험들은 그에게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스태프의 위대함을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느낀 현장이었어요. 모자란 부분은 CG 팀부터 음악감독님까지 모든 분이 애써서 채워주셨거든요. 완성된 영상을 보고 이렇게 찍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제게 ‘마녀식당’은, 새로운 도전이자 많은 공부가 된 작품이에요. 상상해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다음에 또 판타지물을 하게 된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SBS ‘런닝맨’ 등 예능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늘 연기에 대한 갈망이 큰 송지효다. 캐릭터성이 극대화된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건 그의 희망 사항이었다. 영화 ‘침입자’에 이어 ‘마녀식당’까지,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경험하며 그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 데뷔 20년 차 베테랑인 그는 경험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또 다른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달릴 각오가 돼 있다. 열심히 일하는 건 송지효의 자긍심이다.
“저는 스크린과 드라마, 예능을 구분 짓지 않아요. 제 대표작도 ‘런닝맨’이라고 생각하고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적응하는 과정이 늘 즐거워요. 그래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계속 소처럼 일하나 봐요. 하하. 앞으로도 그런 마음을 갖고 일하지 않을까요? 열심히 살려고 언제나 노력하고 있거든요. 저는 도전하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발전하는 큰 사람이 될 수 있게, 더 열심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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