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는 학생들, ‘무혐의’ 자랑도”...의정부 폭행치사 유가족 울분 

“사과 없는 학생들, ‘무혐의’ 자랑도”...의정부 폭행치사 유가족 울분 

법원은 "사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구속영장 기각

기사승인 2021-08-18 12:17:49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폭행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10대 학생 2명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경기 의정부 폭행치사 사건 피해 유가족이 가해 학생들의 반성 없는 태도에 울분을 터트렸다.

사망한 30대 가장의 아버지 A씨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가해 학생들이 사과하거나 찾아온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들은 씻을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가해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편히 먹고 자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11시 의정부시 민락동 번화가에서 30대 가장 B씨와 고등학생 6명 사이 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크게 다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B씨 사망 후, 유가족은 가해 학생들과 우연히 만났지만 사과 받지 못했다. A씨는 지난 5일 아들의 사망 현장을 찾았다. A씨에 따르면 현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여기에서 사건이 있었던 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학생 2명이 “우리가 그 6명 중 2명이다. 우리는 말리기만 했다”며 “우리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은 “B씨가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대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폭행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비틀거리던 B씨가 기둥에 머리를 부딪혔다는 것이다.

유가족의 입장은 다르다. B씨의 사인은 뇌출혈이다. 얼굴과 목덜미 여러 곳에서 멍이 발견됐다. A씨가 수소문해 직접 돌려본 CCTV에는 B씨가 학생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2명이 집중적으로 목덜미와 얼굴을 때렸다”며 “아들은 쓰러진 후에도 2분 동안 방치됐다. 당시 가해 학생들이 미동 없는 아들을 보며 ‘저 새끼 죽은 거 아니냐’, ‘진짜 죽여버릴까’라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가해자의 SNS도 유가족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 A씨는 “한 학생이 SNS에 무혐의를 받았다고 자랑했다”며 “가해자들을 풀어줬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유가족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가족들 대부분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 혹시라도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서로 옆을 지키고 있다”며 “9살 손자가 ‘걱정마세요. 제가 커서 그 학생들을 때려줄 거예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찰은 고교생 3명을 입건, 이중 가담 정도가 중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13일 “사고 경위가 기존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며 “정확한 사망원인과 그 사망에 피의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피의자들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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