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대선판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야 내분이 후보 간 견제 차원을 넘어 ‘승자 없는 비방전’으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황교익 변수’를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다. 논란은 황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불거졌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형수 욕설 논란을 두둔한 황씨에게 보은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은 커졌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황씨를 겨냥한 친일 프레임 공세를 펼치면서다. 황씨는 즉각 선전포고를 날렸다. 이 전 대표의 연미복 차림을 두고 “일본 총리에 어울린다”며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고 맹공했다.
그간 네거티브 중단선언을 강조한 이 지사도 난감한 상황이다. ‘대세론’을 굳혀가려던 와중에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황씨와 당내 주자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원팀 협약을 깨뜨렸다는 책임론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이재명 연대에 힘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와 중립지대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황교익씨의 발언은 금도를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친문 핵심인 윤건영 의원도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이러다 아물지 않을 상처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유 불문, 그만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황씨는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데다가 이 지사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씨는 내정 철회를 요구한 정세균 전 총리를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사과하면 된다”며 중립지대 의원들의 메시지가 담긴 기사를 공유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도 집안싸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녹취록을 둘러싼 진실공방 때문이다. 이 대표와 윤석열 예비후보 간 신경전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까지 가세하면서 연일 논란은 커졌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와의 통화 도중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파문이 일자 이 대표 측은 윤석열 예비후보 측과의 갈등 해결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원 전 지사는 “곧 정리한다는 이 대표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반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1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공지능(AI) 음성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원 전 지사는 통화 녹음 전체 공개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다만 비판이 커지자 원 전 지사는 종전을 선언했다. 원 전 지사는 앞으로 공정경선을 실천에 옮기라고 촉구하며 추가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당내 악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와 대표 사이 사적 대화가 녹음되면서, 신의 없는 정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녹취파일을 비방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철 지난 구태라는 평도 나온다. 4·7 재보선 압승 때만 하더라도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 낙관론도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자성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권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선수와 심판이 뒤엉켜 통화 내용을 두고 말꼬리 논쟁이나 하는 모습은 참으로 유치하다”며 “분열은 곧 패망”이라고 우려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역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이 내부총질과 싸움박질로 날을 세우고 있다”며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내부가 아닌 문재인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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