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AFP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국영TV(RTA) 여성 기자 샤브남 다우란은 탈레반이 출근을 막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다우란은 “남자 동료들은 다 출근하는데 나는 가로막혔다”며 “히잡을 쓰고 사원증이 있었지만 탈레반은 ‘정권이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탈레반은 지난 1996년부터 2001년 집권할 당시 여성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 일자리도 주지 않았으며 부르카 착용도 의무화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변화를 약속했다. 부르카가 아닌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을 쓰면 여성의 사회활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상은 달랐다. 탈레반 대원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등 서방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과 언론인에 대한 보복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19일 탈레반이 소속 기자를 잡기 위해 집을 급습, 기자의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탈레반이 조직적으로 언론인을 색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 라디오방송국 팍티아 가그의 대표도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미국과 나토병력에 협력했던 이들에 대한 색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크리스찬 넬레만 노르웨이 국제분석센터 국장은 “탈레반은 자수하지 않은 색출 대상자들의 가족들을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는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기존 정부의 국기를 들고 “아프가니스탄 만세”, “우리의 자존심”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수의 여성들이 선봉에 선 것으로 전해졌다.
카불 북부 판지시르에서는 반탈레반 항전 세력이 모였다. 아프간의 ‘국민영웅’으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 등이 항전 세력을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탈레반은 아프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의회, 런던과 파리에 있는 아프간 친구들에게 우리를 위해 나서줄 것을 청한다.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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